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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사드 촬영한 북한 추락 무인기 둘러싼 의문과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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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무인기(추정)가 주한미군의 전략자산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포대의 상공을 아무 제지없이 날아다니며 정찰용 사진을 찍은 것으로 드러나 영공 방어망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탐지가 어려운 소형 무인기를 300~400대 보유하고 있는데다 정찰용이 아닌 공격용 전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민들 불안이 커지고 있다.

◆성주 사드포대 타깃으로 정찰 비행

북한의 무인기는 성주의 사드포대를 정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군의 관계자는 13일 "성주의 사드 배치지역의 북쪽 수㎞ 지점에서 촬영을 시작해 남향으로 날아가며 촬영을 했다"며 "성주 골프장을 지나간 뒤 다시 (선회해) 북쪽으로 올라가며 찍었다" 말했다. 내부에 장착된 카메라의 저장장치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드 발사대 2기와 레이더 등이 성주 골프장에 배치된 이미지가 저장돼있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26일 이후 북한 무인기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우리측 방공망의 헛점을 뚫고 전략시설을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에 대해 군은 적지 않게 당혹해하고 있다. 지난 2014년3월24일 경기도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청와대를 목표로 날아와서 촬영을 한 뒤에 또다시 핵심지역이 북한의 정찰에 무방비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인제에 추락한 것 이외에 북한이 사드 포대를 이미 정찰해 간 정황도 알려지고 있다. 지난달 8일 조선중앙TV이 공개한 사드 포대 사진은 이번에 카메라에서 발견된 이미지와 유사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 중앙TV는 출처가 '위성사진'이라고 밝혔다.

◆대당 2000만원짜리... 비행 거리 늘려

북한은 군사용이 아닌 민간용품으로 무인기를 채웠고 제작비가 대당 2000만~4000만원 선으로 분석된다. 파주에서 2014년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캐논 550D 카메라에 24㎜ 렌즈를 사용했다. 서울 상공을 비행하면서 7∼9초 간격으로 서울 중심지역을 촬영했는데 청와대 전경도 선명하게 찍혔다. 같은해 백령도에서 발견된 무인기에는 니콘 D800 카메라가 장착돼있었다. 이번에 인제에 추락한 무인기와 형태가 비슷한 백령도 추락 무인기는 체코제 4행정 휘발유 엔진을 사용하는 등 조종계통이 복잡하게 설계된 최신형이었다. 북한 무인기는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수신기를 장착해 임무명령 데이터에 의해 이륙한 후 입력된 좌표를 따라 비행하면서 사전에 명령받은 좌표 상공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복귀 좌표를 따라 이륙지점으로 되돌아오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무인기의 항법장치에 내장된 중앙처리장치(CPU)에 연결된 카메라에 소형컴퓨터가 신호를 주면 촬영 시간 간격과 촬영 위치를 조정할 수 있다.

이번 무인기는 비행거리가 500㎞를 훌쩍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엔진은 트윈엔진을 장착했다. 앞서 2014년 발견된 무인기 3대에 입력된 임무명령서(발진·복귀 좌표) 분석 결과, 비행 예정 거리는 180∼300㎞에 불과했다. 이 지난 3년 동안 무인기 비행 거리를 대폭 늘리도록 기체 크기를 키우고 엔진을 개량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사실상 우리 상공 전체가 북한 무인기의 활동 공간이 돼버린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무인기를 남쪽으로 날려 보내는 것은 '상대 지역 상공 존중'을 규정한 정전협정 제2조 16항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의 '백지화'를 일방적으로 선언한 탓에 이를 준수하지 않고 있다.

◆정찰용 아닌 공격용 전환도 가능

무인기의 엔진 성능을 개량한 것은 탑재 중량(페이로드)을 늘릴 경우 공격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핵심 시설을 공격하거나 대도시에 테러를 감행하는 공격용 무인기로 사용할 경우에 대비해 군은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의 최대 탑재 중량도 분석 중이다. 군 당국이 2014년 발견된 북한 무인기 3대를 복원해 비행시험을 한 결과, 3∼4㎏ 무게의 폭탄도 장착할 수 없고 400∼900g 정도의 수류탄 1개를 겨우 달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무인기 성능을 빠르게 개선해 탑재 중량을 늘리면 파괴력이 큰 폭탄과 독성이 강한 생화학 물질을 실어 남쪽으로 날려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북한의 무인기는 기체폭 2∼3m 크기로 고도 2∼3㎞로 비행해 남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저고도 레이더로 쉽게 탐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군의 설명이다. 육군은 현재 저고도 탐지레이더(TPS-830K)를 운용하고 있지만, 소형비행체 탐지 능력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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