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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새정부 '탈원전' 기조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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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의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영구 정지된다. 오는 18일 자정(19일 00시) 부터다. 국내 원전의 영구정지로는 처음이다. 이번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가속화할 지 주목된다. 신규원전 건설 중단, 노후원전 수명연장 금지 등 점진적 원전 축소 방침을 확고히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현재 주민들과 소송중인 경주 월성 원전1호기 수명연장(2012년 설계수명 종료) 문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를 포함해 앞으로 10년내 설계수명이 끝나는 국내 원전은 총 9기다.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제70회 회의를 열고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운영변경허가안'을 최종 심의·의결했다. 이에 따라 원전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오는 18일 24시 고리 1호기의 가동을 정지한다. 영구정지 직후 원자로 안에 들어있는 사용후핵연료는 저장조(SFP)로 전량 옮겨져 보관된다. 원자로 내부 냉각을 거쳐 오는 2022년부터 방사성 물질 제거, 핵연료봉 제거, 격납용기 등 폐기,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보관 등 본격적인 원전 해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 첫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8년 4월29일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58만7000kW급, 가압경수로 방식이다. 당시 미국 정부의 차관과 기술을 지원받아 착공(1971년) 7년 만에 상업 운전에 성공했다. 지난 2007년 설계수명 30년을 다했지만 다시 10년간 운전할 수 있는 수명연장 허가를 받았다. 고리 1호기는 만 39년간 전력을 생산했다. 특히 1980~9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부족했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데 기여했다.

이날 회의에서 원안위는 고리 1호기의 사용후핵연료저장조 계통과 비상전력 계통, 방사성폐기물처리 계통 등 주요 설비의 안전성을 중점적으로 검토했다. 그 결과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 이후에도 안전하게 유지·관리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원안위는 밝혔다.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원전을 영구정지하려면 허가 신청, 기술 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한수원은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앞서 지난 2015년 6월 정부는 고리 1호기의 가동 중단을 결정하고, 한수원은 추가 수명연장을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5월까지 1년여간 총 3차례 기술심사를 거쳐 영구정지 기간 원전이 안전하게 유지·관리될 수 있는지를 확인했다.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KINS는 이달 원안위에 심사보고서를 접수했고, 원안위가 이날 영구정지를 최종 의결한 것이다.

원전 영구 정지이후 안전관리도 중요하다. 원안위는 정기검사를 통해 고리 1호기의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다만 KINS의 기술심사에서 고리 1호기는 다른 호기와 달리 냉각계통을 이중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는 이 문제를 보완하기까지 정상 가동되는 원전에 준하는 엄격한 관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수원은 내년 1월까지 저장조의 냉각계통 이중 보강 공사를 진행한다.

한수원은 영구정지일로부터 5년안(2022년6월)에 해체계획서를 원안위에 제출해야 한다. 원안위는 이를 토대로 해체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고리 1호기는 가동 중단이 끝이 아니다. 원자로를 해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최종 폐로까지는 시간도 오래 걸리는데 15~20년 정도로 예상된다. 더욱이 국내에선 한번도 원전을 해체한 경험이 없어 비용이 어느 정도일지는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최소 6000억원에서 1조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는 직접 비용만 해당된다.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해체 작업과 사회적 갈등 비용을 감안하면 직간접 비용이 상당하다.

여하튼 고리 1호기 영구정지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특히 '탈원전' 기조의 문재인 정부에서 영구정지가 최종 결정됨에 따라 추가적인 원전가동 축소가 점쳐진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고리 5, 6호기 공사(공정률 30% 수준) 중단 여부도 정부가 조만간 결정할 방침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현장확인 후 공사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신고리 5, 6호기 공사 즉각 중단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긴 했으나, 점진적 원전 축소 방침에는 변함이 없음을 확인했다. 수조원대 손실비용 등을 이유로 이해관계자들의 반대 여론도 높아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원전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고리 1호기가 정지되면 국내 가동 원전은 총 24기다. 총 발전량의 30%를 차지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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