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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동남아 거점화 시도 IS 필리핀 노리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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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필리핀 마라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이 열흘 넘게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무력 충돌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인도주의 기구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마라위 지역 주민들을 사구이아란 대피소 등 인근의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고 있다. /사진=국제적십자위원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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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24] 필리핀의 이슬람국가(IS) 추종세력 반군 마우테의 마라위시 장악 사태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마우테 반군들이 IS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다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필리핀 남부 일대를 자신들의 새 거점으로 삼으려는 IS의 시도가 무시하지 못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리핀 정부군은 지난 6일 마우테 반군 진압 과정에서 우리 돈 17억원 상당의 페소화와 수표를 압수했다. 돈이 발견된 곳은 당시 테러리스트들의 저격수들이 은신해 있던 곳이었다.

테러 진압 정부군은 "테러리스트들이 이 같은 거액의 돈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면서 "이는 마우테 반군들이 테러집단의 조직적 지원을 받고 있고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증거"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라위 시내에도 상당한 동조자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돈이 마우테 반군들이 마라위시 곳곳에서 약탈한 것일 수도 있지만, 테러집단의 조직적 협력 증거로 볼 수 있는 대목은 위조 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인 ABS-CBS뉴스는 "현재 당국이 수거한 돈이 진짜인지 조사하고 있다"면서 "위조된 것일 수도 있어서 당국이 진위 여부 조사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정교한 위조지폐라면 이는 또 다른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또 현재 마라위시를 점거하고 있는 마우테 반군 숫자가 200~300명 가까이 되는 점도 IS의 조직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23일 마라위시 공격을 감행한 마우테 반군은 100여 명으로 알려져 있었고, 정부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5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마라위시에 아직 200~300명의 마우테 대원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해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첫 공격을 감행했을 당시 마우테 반군 숫자가 100여 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필리핀 군측에 따르면 지난 3일까지 마우테 120명, 정부군 38명, 민간인 30명 등 모두 18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숫자가 정확하다면 이미 마라위시에는 테러리스트가 없어야 하는 게 맞는다. 이 때문에 마라위 시내 줄지 않는 테러리스트들은 어디선가 이들이 꾸준히 공급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급 주체를 IS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마라위 사태가 이곳에 은거하고 있던 동남아시아 IS 지도자 격인 이스닐론 하필론을 잡으려다 발생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IS와의 연계성을 무시할 수 없다. 또 IS는 그동안 중동에서 세가 약화된 후 새로운 근거지로 동남아를 지목해 왔고, 그 중심지역이 필리핀 남부 일대가 될 것이라는 현지 정보당국의 분석도 꾸준히 제기됐다.

IS가 필리핀 남부 일대를 타깃으로 하는 것은 이곳에 아부 사야프 등 이슬람 반군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또 인근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와의 연계성도 좋다.

실제 올해 초 말레이시아 대테러 당국은 사바주에서 IS 추종 테러리스트 4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사바주를 필리핀으로 가는 중간 지역으로 만들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져 진 바 있다. 이때도 이스닐론 하필론의 이름이 등장했다.

하필론은 필리핀의 '에미르(emir·이슬람 국가에서 왕을 이르는 말)'로 불리는 인물로, IS에 충성 맹세를 한 '아부 사야프'의 지부를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해볼 때 마라위 사태가 더욱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는 기우가 아닌 셈이다.

이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7일 "일상적인 치안 활동이 아닌 반군 격퇴를 지시하는 것이다. (반군) 생명을 포함해 모든 것을 파괴할 필요가 있다"며 강력한 군사 대응을 주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앞서 반군이 인질을 죽이더라도 협상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어떻게 하든 마라위 사태를 조기에 매듭 지으려는 두테르테 대통령의 다짐이 현실화할지 아니면 필리핀의 장기 골칫거리가 될 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문수인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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