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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테러 안전지대’ 이란 한복판서 IS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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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 안전지대’였던 이란에서마저 이슬람국가(IS)의 테러가 일어났다. 수도 테헤란 복판의 의사당과 아야톨라 호메이니의 영묘가 공격을 당했다. IS가 이란에서 테러를 저지른 것은 처음이다.

이란 타스님통신 등은 7일 오전(현지시간) 소총과 권총으로 무장한 괴한 4명이 테헤란 시내 의사당을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테러범들은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경찰과 대치했다. 인질극은 오후까지 이어졌다. 최정예부대인 혁명수비대가 투입돼 테러범 3명은 사살됐고 1명은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했다.

의사당 공격과 비슷한 시각, 20㎞ 떨어진 테헤란 남부의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영묘에서도 테러범 3명이 참배객들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이들 중 2명은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1명은 체포됐다. 보안당국은 자폭용 조끼 한 점도 발견해 해체했다. 영묘 맞은편 경찰서 앞에서도 1명이 자폭했다. 영묘와 경찰서를 공격한 범인들 중 3명은 여성이었고, 체포된 사람도 여성이었다. 1979년 부패한 왕조에 맞서 혁명을 일으켜 이슬람공화국을 세운 호메이니의 묘는 이란 국민들의 성지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등 고위 인사들이 종교 기념일 등에 찾아 참배하고 예배하는 곳이다.

이날의 두 공격으로 시민들과 의회·영묘 경비원 등 최소 5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다쳤다. 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궁 등 주요 시설의 경계를 강화했다. 내무부는 비상대책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IS는 선전매체 아마크통신을 통해 “전사들이 테헤란의 의사당과 호메이니 무덤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란을 ‘테러지원국’이라 비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동에서 유독 테러와 관련없는 나라가 이란이었다.

이란은 2000년대 이후 줄곧 전쟁과 유혈분쟁을 치러온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있지만 이런 공격이 벌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파키스탄 접경지대의 소수민족 분리주의자들의 공격을 제외하면 테러가 거의 없었고, 인구의 90% 이상이 시아파 무슬림이라 수니파 극단조직인 IS도 많이 침투하지 못했다. 2008년 4월 남부 시라즈의 모스크에서 ‘왕정 복귀’를 주장하는 조직이 폭탄공격을 해 14명이 숨진 것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테러였다.

하지만 인접한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IS가 세를 확대하면서 이란에서도 최근 불안한 기운이 감지됐다. 당국은 지난해 6월 테헤란에서 테러 용의자들을 체포했으나 이들의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당시 이들은 파르시(이란어)와 아랍어로 이단자를 뜻하는 ‘탁피리’라 불렸는데, 이란에선 IS 추종자들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 10월에도 IS로 추정되는 11명의 자폭 테러 용의자들이 붙잡혔다. 이들은 시아파의 최대 성일인 ‘아슈라’를 맞아 공격을 감행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은 IS와 전투 중인 이라크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하고 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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