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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환경보다 비용이 먼저 경제성만 따지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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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發 에너지 혁명 (上) ◆

매일경제

경제급전(經劑給電).

지금까지 한국에서 발전 에너지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단 하나, 경제성이다. 즉 싼 원가로 생산할 수 있는 발전소들이 먼저 돌아가는 셈이다.

킬로와트시(kwh)당 생산단가는 원자력에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순으로 높다. 원료가 되는 LNG 가격이 비싸다 보니 LNG발전소 가동률은 날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2013년만 해도 67%에 달하던 LNG발전소 이용률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38.8%에 머물렀다. LNG발전소 10곳 중 6곳이 개점휴업 상태란 얘기다.

경제급전의 영향은 에너지원별 가동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발전설비별 비중은 LNG발전소가 32%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석탄발전소(30%), 원자력발전소(21%) 순이다. 그러나 실제 가동되는 비중은 전혀 다른 얘기다. 석탄발전소가 43%의 전력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전소와 LNG발전소가 각각 27%와 21%다. LNG발전소는 가장 많은 설비가 있지만 실제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은 셈이다.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3월 국회에서 '경제성, 환경 및 국민 안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전기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석탄발전소를 줄이자는 취지다.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전국 노후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가동 중단, 탈원전 등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현재처럼 비용을 최우선하는 패러다임에서는 석탄발전소의 전체 비중을 낮추기가 쉽지 않다. 경제급전 원칙을 손보지 않는 한 당장 셧다운되는 석탄발전소 8기를 제외하면 나머지 석탄발전소가 꾸준히 가동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탈원전 정책'까지 추진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전력요금 상승, 전력 부족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싸고 빠르게 활용 가능한 석탄발전소의 유혹은 떨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발전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원별 발전 용량을 제한하는 등 강제적인 조항을 둔 장기 플랜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LNG발전소와 LNG를 활용한 열병합발전소 등의 비중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LNG를 활용하는 발전소, 열병합발전소 모두 고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부가 발전·에너지 정책의 큰 틀을 바꿔야 할 때"라며 "단순 발전 비용만 따질 것이 아니라 환경 부담 등 외부 효과까지 고려하는 식으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를린(독일)·글래스고(영국) =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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