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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성소도시 금지법이 웬말이냐” 텍사스 보수 회귀에 뿔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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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민주 의원 간 몸싸움도

‘루차(Lucha)’라고 쓴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수백명의 시민단체 회원들이 29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텍사스 주의회 방청석과 복도를 점거했다. 스페인어로 ‘투쟁’을 가리키는 단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성소도시 금지법 폐지”를 외쳤다. 지난 7일 그레그 애벗 주지사가 서명한 성소도시 금지법에 대해 항의였다.

의회 1층 회의장에서는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공화당 의원들이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이민세관단속국(ICE)을 부르겠다고 협박했고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갔다. 매트 리널디 공화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을 향해 “총을 쏴버리겠다”고 위협했다.

성소도시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반대하며 미등록 이주자를 보호하는 도시를 말한다. 국토안보부의 미등록 이주자 체포와 구금에 협력을 거부한 지방자치단체는 118곳에 달한다. 하지만 텍사스는 보란듯이 성소도시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연방정부의 이민자 단속과 추방에 협조할 것을 의무화했다. 이날 주의회에서 벌어진 난장판은 강경 보수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텍사스 결투’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공화당이 주 정부와 의회를 점령하면서 텍사스는 트럼프 시대를 대변하듯 강경 보수로 회귀하고 있고 자유주의자들의 반격과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등 12명의 실리콘밸리 정보기술(IT) 기업 대표들도 텍사스의 보수 회귀를 견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애벗 주지사에게 화장실법 등 성소수자 차별법안을 통과시키지 말 것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냈다. 텍사스주 하원은 지난 21일 공립 고교에서 화장실을 이용할 때는 출생증명서에 적힌 성별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의 화장실법을 의결했다.

IT 업계 대표들은 “차별적 법안이 통과되면 최고의 인재를 유치, 보유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확장과 투자를 장려하려는 우리의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주에 많은 종업원을 가진 우리로서는 텍사스의 명성이 심하게 훼손될 수 있음을 크게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노스캐롤라이나주의 화장실법안에 대해서도 80명의 실리콘밸리 CEO들이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법안은 결국 3월 부분 폐기됐다.

텍사스의 보수 회귀는 이뿐이 아니다. 주 상원에서는 입양 부모가 종교적 선서를 회피하면 입양기관이 입양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의결했다. 주의회는 종교자유법 제정도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은 의료진이 성소수자의 진료를 거부하고 성폭행 생존자들에 대한 응급 피임을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약사들이 여성 피임이나 성전환자 호르몬 치료를 거부하고, 변호사들은 종교적 이유로 변호를 거부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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