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8 (토)

[기타뉴스]“더 이상 기지는 필요 없다” 미일동맹의 헤노코 신기지를 반대하는 오키나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분명하고 확고하다. ‘더 이상 기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오키나와 시민들의 일관된 외침이다. 오키나와 중북부 해안지역인 나고시 헤노코 연안에서 새로운 미군기지가 추진 중이다.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라는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연안으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주민들의 입장은 명확했다. ‘이전이 아닌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미일동맹의 숙원사업인 헤노코 신 기지 건설에 대한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녹색순례단은 오키나와의 최대현안인 헤노코신기건설 현장을 찾았다. 이번 오키나와 순례기간 동안 ‘5.27 헤노코 신기지건설 저지 현민대회’가 있었다. 오키나와 나고시의 슈와브 기지 정문앞에 열린 행사에 녹색순례단도 참석했다.

경향신문

5월 27일 오키나와 헤노코신기지 건설저지 현민 집회 모습.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5월 27일 오키나와 헤노코신기지 건설저지 현민 집회 모습.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년 12월 일본 대법원은 오키나와현청의 ‘헤노코바다 매립허가 취소결정’을 위법이라 판결했다. 일본 정부에게 헤노코 공사 강행의 길을 터준 것이다. 이후 아베정권은 건설공사를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2월 6일 바다의 매립을 시도했다. 그리고 두 달 뒤인 4월 25일엔 매립공사의 첫 단계인 호안공사(바다의 기슭이나 둑 등이 무너지지 않게 보호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신기지 건설을 위한 첫 삽은 뜬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20년까지 헤노코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를 만든 뒤, 2022년에 본격적인 기지 이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키나와 헤노코 신기지 건설사업은 일본 정부의 국책사업 중 최대현안이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문제와 함께 헤노코 신기지 건설 사업이 당면한 국책사업으로 떠올랐다. 아베정권이 물불 안가리고 밀어 붙이고 있다. 그래서 오키나와 시민들도 점점 격렬한 저항의 길로 나서고 있다.

경향신문

5월 27일 오키나와 헤노코신기지 건설저지 현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오키나와 주민들이 주일미군 캠프 슈와브 정문으로 이동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주말 ‘헤노코 신기지 저지 현민대회’에 오키나와 현민 2000여명이 참석했다. 집회는 슈와브 기지 앞에서 열렸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예정지는 슈와브기지의 바닷쪽 지역이다. 신기지는 슈와브기지 일부와 앞바다를 매립한 땅이 합쳐서 조성된다. 작년까지 헤노코 신기지 저지 집회는 주로 오키나와 현청 소재지 나하 도심에서 열렸다. 하지만 최근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공사강행을 하고부터, 집회도 공사현장 바로 뒤쪽인 슈와브기지 정문 앞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나미네 스스무 나고 시장은 “아베 정부는 헤노코 신기지 건설을 위해 행정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매립 공사를 강행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반대하는 시민들을 포기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물러설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저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민의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한다”며 결의를 모았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헤노코바다에서 본 슈와브 기지. 일본 정부와 주일 미군은 이 바다를 매립하고 기지 일부를 합쳐서 새로운 기지로 조성할 계획이다.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헤노코 바다 위에서 매립공사를 위한 해저탐사가 진행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일본정부는 헤노코 연안의 해저 지반공사를 위한 장비를 반입했다. 공사강행의 수순이었다. 일본 정부는 헤노코 연안의 호안 공사를 위해 바다에 암석을 투입하는 공사를 추진 하고 있다. 덤프트럭에서 토석이 투입될 때마다 바다위에는 흙먼지가 자욱하다. 그래서 신기지 공사를 저지하려고 모인 것이다.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평일에도 항의집회와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공사를 저지하기 위해, 헤노코 주민들과 신기지 건설 반대협의회 등은 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서 해상시위도 하고 있다.

슈와브 기지 정문 앞은 헤노코 신기지 반대운동의 거점이자 농성장이 되고 있다. 녹색순례단이 현장을 찾았을때도 약 50명 이상의 주민들은 헤노코의 공사를 저지하기 위한 비폭력시위중이었다. 매립의 기초공사인 호안(방파제)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슈와브기지 내부로 진입해야 한다. 이에 주민들은 공사차량이 통과하는 슈와브 기지 작업차량 통문에 농성장을 차려 눌러 앉았다. 그리고 하루 세 번, 공사차량이 진입될 때는 일본 경시청 기동대가 농성주민들을 끌어내고 공사차량이 통과하도록 한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헤노코 신기지건설 예정지 전경. 류큐신보,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주일미군 캠프슈와브로 들어가는 신기지 건설공사 레미콘 차량.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 신기지 건설 공사를 ‘대세’로 굳히겠다는 의도다. 아무리 반대해도 ‘공사를 밀어붙이면 반대운동도 나가떨어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하지만 상황은 일본정부의 의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베정권이 신기지 건설을 위해 무리수를 둘수록 오키나와 민중들의 저항은 거세지고 있다. 아베와 같은 자민당 소속이지만 기지 건설만큼은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오나가 다케시 오키나와 지사는 “아베 정부는 물불 가리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일본 대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대여론을 무릅쓰고 신기지 건설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물러설수 없다.”며 공사 강행을 추진하는 일본 정부를 질타했다.

지난 4월 26일 아사히신문과 오키나와타임스가 공동으로 ‘헤노코 신기지건설’에 대한 오키나와지역의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결과는 반대 63%, 찬성 24% 가량으로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지역의 여론은 확실히 ‘기지는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매주 토요일 슈와브기지 앞에서 신기지 저지 집회가 열린다. 지난 2004년부터 계속되고 있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주일미군 캠프 슈와브 정문 앞에 걸린 ‘미군 나가라’는 내용의 현수막.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녹색순례단이 헤노코 부두의 신기지 건설저지 천막농성장을 방문했을 때였다. 천막농성장 앞에 ‘농성개시 4787일’ 이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13년 동안 천막농성장을 통해서 헤노코 바다를 지켜 온 것이다.

미일동맹의 숙원사업인 헤노코 신기지 건설은 미군에게도 꿈의 구현이다. 해상전력과 항공전력을 동시에 출동시키는 기지가 탄생하는 것이다. 항공모함부터 각종 전투기까지 한몸으로 융합디는 신기지다. 지금까지 군항과 전투비행장이 동시에 결합된 기지는 없었다. 패권국가 미국의 군사력을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분쟁지역으로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기지를 위해 해상 매립을 통한 전투기 발진 대형 활주로와 항공모함과이지스함도 접안할 수 있는 항구를 만드는 것이다. 군사기지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래서 부시 이래로 미국 대통령은 일본을 방문할 때 마다 ‘헤노코 신기지 건설’에 대해서 공을 들여왔다.

경향신문

13년째 이어지고 있는 오키나와 주일미군 헤노코 신기지 건설반대 바닷가 농성장.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996년 미일 간의 합의로 ‘후텐마 기지 반환안’이 발표됐다. 후텐마 기지를 반환하고 슈와브 기지 앞바다에 새로운 기지를 조성해 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후텐마 기지가 주일미군의 골치덩어리로 부각되자, 새로운 기지 건설을 통한 이전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절묘한 꼼수였다.

사실 이 계획은 40년 전부터 검토되었다. 미군은 1966년부터 해군을 중심으로 오키나와에서 새로운 기지의 건설을 준비했다. 당시 미 해군은 헤노코 바다의 조류와 기상 조건, 지질까지 조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해상복합 기지를 건설하기에 최적이란 결론을 내린 것이다.

헤노코 바다는 수많은 생명을 품고 있다.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듀공의 서식지다. 해초와 산호를 먹고 살아가는 바다소 듀공은 헤노코가 얼마남지 않은 마지막 터전이다. 듀공 외에도 560여종의 멸종위기종을 포함해 5400여종의 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기지의 건설은 해양 생태계의 파괴를 의미한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헤노코 주민대책위 활동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녹색순례단.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슈와브 기지는 전쟁이 나면 가장 먼저 출동하는 부대다. 베트남전쟁부터 걸프전, 이라크전, 아프간전쟁까지 유라시아 분쟁지역으로 투입하기 위한 전진기지 같은 곳이다. 후텐마의 전투헬기를 비롯한 항공수단은 슈와브의 병력을 탑승시킨 뒤 전쟁터로 출격하게 된다.

슈와브 한쪽 지역엔 탄약고도 있다. 부대 경계 울타리 안에는 탄약고를 위한 이중 울타리가 더 있다. 슈와브 기지의 탄약고는 대량살상무기의 전시장과도 같은 곳이다. 소형 핵무기부터 생화학 무기까지 즐비하다. 미군이 보유한 대량 살상무기는 모두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헤노코에 신기지가 들어서면 슈와브 기지의 병력과 가공할 무기를 바로 전쟁터로 내 보낼 수 있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주일미군 슈와브기지 내부의 대량살상무기를 보관 중인 탄약고.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오키나와 주일미군 캠프 슈와브의 미국 해병대원. 녹색연합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일동맹을 이유로 70년간 오키나와에 미군기지를 주둔시켰다. 기지의 섬으로 전락한 오키나와의 분노가 분출하고 있다. ‘더이상 새로운 기지는 없다’는 확고한 의지가 모아진다. 아베정권과 오키나와가 일대결전을 예고하고 있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의 오키나와 순례기]

▶1회-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과 중국의 긴장
▶2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 오키나와 후텐마 기지
▶3회- 오키나와에 배어있는 조선의 피와 눈물
▶5회-‘과부제조기’에 맞선 다카에 주민들
▶6회- 오키나와 가데나 반환기지의 고엽제 매립현장

<오키나와녹색순례단|진두리, 임세림>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