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중동 방문은 큰 이변 없이 순조로웠다. 이란 핵무장 반대, 이슬람국가(IS) 격퇴 등 동맹국들을 안심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에서 보인 행보는 달랐다. 유럽 안보나 러시아 위협은 안중에 없이 국익에만 치중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집단방위를 규정한 나토 협약 5조 준수 거부, 방위비 분담금 확대 요구는 회원국의 분노를 샀다. 1949년 나토 창설 이후 정상회의에서 협약 5조 준수를 거부하고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미국 대통령은 트럼프가 유일하다. 트럼프 관점에서 미국의 안보 우산에 기대고 제 역할을 다하지 않은 나토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파리기후협정을 유일하게 반대하고, 대미 무역에서 흑자를 보는 독일을 “매우 나쁘다”고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안에서는 트럼프의 유럽 순방을 두고 고립주의에 대한 단호한 거부이자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해 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이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국익 우선주의가 장기적으로는 전통적인 동맹국 관계도 해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런 점에서 유럽 최강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G7 회의를 마친 뒤 “미국은 독일이나 유럽에 믿을 만한 파트너가 아니다”라고 한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브렉시트와 미국 우선주의 속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관계를 재검토해야 할 때가 됐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우선주의가 계속된다면 미국 주도로 구축된 유럽 질서는 변화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다시 미국과 세계에 불확실성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국제협력과 번영의 기회도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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