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문 대통령은 '사과'아닌 '양해'표현을 택했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대선 공약이었던 ‘공직배제 5대 원칙’과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5대원칙은 병역면탈, 부동산 투기, 세금 탈루, 위장전입, 논문 표절 등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취임 후 첫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김성룡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첫 입장 표명이었지만 당초 '사과'할 수도 있다는 예상과 달리 문 대통령이 선택한 표현은 '양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5대 원칙 위배 논란과 관련해 “지금의 논란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칠 여유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이다는 점에 대해서 야당 의원들과 국민들께 양해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다른 표현들도 '사과'의 뉘앙스와는 거리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정치 자금법 위반,선거법 위반,음주운전,그밖에 중대한 비리 등 더 큰 근절 사유가 있을 수 있는 데도 특별히 5대 중대 비리라고 공약했던 이유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많은 문제가 됐었던 사유들이기 때문"이란 말도 했다.

또 이낙연 총리 후보자의 임명 동의 건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지명 후보의 국회 인준이 늦어지고, 정치화되면서"란 표현을 썼다. 국회에서 이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이 늦어지고 29일 본회의 인준 표결이 무산되는 것에 '정치적인 고려'가 작용하고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그래서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는 "사실상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문 대통령이 강공을 택했다"는 해석도 야당에선 나오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의 핵심 참모는 문 대통령이 ‘양해’라는 단어를 선택한데 대해 “상당히 고심해서 고른 단어”라고 했다. “청와대 정무라인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논의한 결과들을 바탕으로 청와대가 답을 내놓고 야당의 협조를 최대한 구하기 위해 내놓은 메시지”라는 설명과 함께다.

그러나 야당을 배려했다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문 대통령 발언 자체에 대한 야당들의 반응 역시 싸늘했다.

총리 인준 절차에의 협조 자체를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모든 야당의 반응이 비슷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국민들에 대한 유감표명으로는 볼수 없다"고 했고,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도 "국회가 총리 인준을 정치쟁점화시켜 이 후보자의 인준이 늦어지고 있다는 건 전형적인 남탓화법"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앞으로 인사를 위해서 국정기획자문위와 인사수석실, 민정수석실의 협의를 통해 현실성 있게, 그리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원칙을 지킬 수 있는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빠른 시일 내에 마련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 당연히 밟아야 할 준비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약속 드린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야당에선 "만약 이대로 이낙연 총리 후보자가 인준될 경우 사실상 대통령 공약이 파기되는 것인데, '공약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바른정당 오 대변인)라는 반론이 나온다.

이 총리 후보자 인준 절차가 국민의당의 협조를 받아 마무리된다고 하더라도 야당의 공세는 후속 장관 청문회에서 더 거칠어질 공산이 크다. 29~30일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에 이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6월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6월 7일)의 청문회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날이 갈수록 위장전입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도 새 정부로선 큰 관문이다. 자유한국당은 29일 김상조 후보자 아들의 군 복무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에 불을 지피는 등 장관 청문회에 본격적으로 대비하기 시작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