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은 뭐가 다른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력 공급 돈이 아닌 환경 우선주의

원자력과 석탄 발전소는 줄어들 전망

전기값은 올라도 환경을 지키자는 취지

Q: 최근 경유세나 미세먼지 논란과 함께 ‘경제 급전(給電)’을 ‘환경 급전’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가 언론에 나옵니다. 각각 무슨 뜻이고, 뭐가 다른가요?

A: 급전(給電)이란 '전기를 공급한다'는 뜻입니다. 경제 급전은 말 그대로 가장 경제적인, 그러니까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을 이용한 전기부터 공급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 나라의 에너지 정책 논의는 결국 어떤 에너지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합의 과정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전력시장 운영체제를 이런 비용기반체제(CBPㆍCost Based Pool)로 유지해왔습니다. 이렇게 가장 싼 에너지원부터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당연히 이렇게 전력을 생산하면 전기 생산 단가가 낮아지겠죠. 기업과 가정에서 전기를 싼 가격에 쓸 수 있게 됩니다.

환경급전은 에너지원의 경제성만을 따지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전력을 만들어내는 비용이 더 들어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에너지원부터 써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뜻입니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선 환경 급전을 반영한 전기사업법 개정 법률안이 통과됐습니다. 앞으로는 값싼 전기보다 환경친화적인 전기를 쓰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의 우선순위가 돈에서 환경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에너지는 꼭 전력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의 에너지 소비구조에서 가장 큰 부분은 석유입니다. 절반이 석유로 충당됩니다. 전력이 그 뒤를 잇고 석탄, 도시가스 등을 많이 쓰고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석유의 절반 정도는 플라스틱 등 각종 산업 제품을 만들 때 재료로 쓰입니다. 나머지 절반은 자동차 연료와 같은 수송용이랍니다. 경유를 사용하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해 전기차 등 대체 수송 수단을 많이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한국은 필요로 하는 에너지의 4분의 1을 전력에 대한 의존하고 있다고 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인 5분의 1보다 다소 높은 편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역시 다른 에너지원보다 싸게 공급되기 때문입니다. 여러 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력 소비는 최근 7년 사이 약 100TWh 이상 증가했습니다. 다른 OECD 국가에서는 전력 소비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한국도 다른 선진국처럼 산업 등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는데도 경제 규모가 팽창하던 고성장 시기만큼 전력 사용이 늘어나는 것이라 다소 이상하다 할 수 있겠죠.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절반은 기업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은 세금이 붙지 않는 원자력과 값싼 원료인 석탄으로 가동되는 발전소 의존도가 높습니다. 여름철처럼 전기가 많이 필요할 때는 상대적으로 친환경 발전 방식인 천연액화가스(LNG)와 같은 비싼 원료를 사용해서라도 전력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화력과 원자력 만으로 모자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전력 수급이 넉넉할 때는 저렴한 에너지원으로도 충분한 것이죠.

굳이 LNG 발전소에서 만들어낸 전기를 살 필요가 없으니 LNG 발전소는 지어 놓고도 가동률이 떨어집니다. 경제급전 원칙만 따르면 LNG 발전소는 수익을 못 내 설비를 놀려야 합니다. 한국 LNG 발전소의 가동률은 30%(2015년 기준) 이하입니다.

LNG발전소는 2011년 대정전 사태를 겪고 난 뒤 놀란 정부가 민간 LNG 발전소를 대량으로 허가하면서 늘어났습니다. 이후 전력 수급이 안정화되자 한국전력공사는 다시 평소처럼 원자력발전소와 석탄발전소의 전력을 우선 구입했습니다. 민간 LNG 발전소는 전력을 만들어도 팔 곳이 없으니 점차 경쟁력을 잃었고, 이미 일부는 적자에 시달리다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이제부터 환경 급전으로 전환한다고 하니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우선 화석연료 사용이 줄면 대기오염 감소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나 대기오염 물질이 주요 배출원으로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소가 지목됩니다. 앞서 2015년 7월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선 오래된 석탄 발전소 10기는 이미 폐지하기로 약속돼 있었습니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석유 소비와 전력의 발전ㆍ소비 구조를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화력 발전소 축소 경향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LNG 발전 기업들이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릴 수도 있습니다.

경제급전 원칙에 따라 한국은 원전 설비도 많이 만들어 왔습니다. 원전 선진국으로 불리면서 원전 관련 설비와 기술을 수출해 수익을 내기도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이 잘해 온 분야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신 앞으로 원전 발전소 생산 전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사고가 날까 불안해 하는 일도 줄겠지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줄이는 추세입니다. 일본도 원전 선진국이고 안전에 철저하다고 자신했지만, 대형 참사가 벌어졌고 그 여파는 전 세계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사고가 났을 때 감당치 못할 에너지 사용을 중단하자는 것이죠.

한국의 경우 전국에 총 25개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인구와 국토 면적을 따졌을 때 세계에서 가장 원자력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한국은 지진 위험이 없다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 경주 지진 발생을 보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게 중론입니다.

하지만 경제 급전을 포기하는 대가도 큽니다. 높은 비용입니다. 또 지금처럼 전력을 마음껏 쓸 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신재생 에너지로 만들어지는 전력 수급이 계속 안정적으로 이뤄질지 미지수인 거죠. 태양광이나 풍력 에너지는 친환경 에너지이지만 현재의 기술로는 관리와 운영이 수월하진 않습니다.

이 때문에 석탄 발전소를 운영해온 기업들은 환경 급전의 큰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속도에 대한 이견을 내놓기도 합니다. 기존 화력 발전소의 환경 설비를 교체하는 과정을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앞으로 시설에 설비 투자를 하면 저렴하고도 친환경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비용과 환경의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말입니다.

국민이 오르는 전기 요금을 감수할 의향이 있는지에 대한 협의도 해야 합니다. 잘못된 누진제 체계를 고친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저렴한 전기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어렵게 됩니다. 여기에 LNG도 화석 연료이기 때문에 역시 어느정도 대기오염물질 발생은 불가피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친환경 에너지로 완전 전환하는 중간 단계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점진적 전환을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원전이나, 화력발전소 의존도를 줄여 가면서 5대 에너지원의 균형을 맞추라는 것입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도 여러 방안이 나옵니다. 우선 우라늄·석탄·LNG에 붙는 세금 체제를 개편하는 것입니다. 환경에 영향을 많이 미칠수록 세금을 높게 매기자는 얘기죠. 여기에 각 에너지원별 비용을 산정할 때 환경ㆍ안전ㆍ재처리비용 등 생산 외적인 비용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요금을 산정하라는 요구도 나오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영향을 산정하는 과정이 매우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떤 방식이던 전기 요금이 어느정도 오르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전영선 기자 azul@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