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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주진형 “朴 삼성합병 찬성, 정신나간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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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최순실 재판 증인 출석 / “국제소송 빌미 제공하는 발언” / 재판장 “증인에게 질문있나” 물어 / 박 前 대통령 “없습니다” 답변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재판의 첫 증인으로 나온 주진형(58)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및 검찰 측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주 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삼성그룹 합병을 돕는 것이 올바른 정책 판단이었다’는 취지를 겨냥해 “정신 나간 주장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검이 공개한 진술조서에서 그 이유를 “대통령의 발언으로 국제 자본의 국내 시장을 향한 불신만 초래하고 향후 국제소송의 빌미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된 올해 1월 1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표적 기업이 헤지펀드 공격을 받아 (합병이) 무산된다면 국가적·경제적 큰 손해라는 생각으로 국민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며 삼성 뇌물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주 전 대표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할지 결정하는 과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국민연금공단 주식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 위원인 박창균 교수로부터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의사 결정을 한 것은 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며 “그 말을 듣고 굉장히 놀랐다”고 진술했다.

세계일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 의견을 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2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박 전 대통령 측은 “주 전 대표가 오직 박 교수 말만 듣고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관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장이 증인신문 말미에 “피고인 본인이 증인에게 질문할 게 있느냐”고 물으며 발언 기회를 줬지만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

반면 최씨는 공판이 끝날 무렵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흥분한 목소리로 억울함을 토로했다.

최씨는 “삼성 합병 문제로 박 대통령 지갑에 천원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박 전 대통령이 어떤 이익을 본 것도 없는데 특검이 연관시키고 있다”며 “제가 왜 여기 나와 있는지도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했다.

31일 강제 송환될 예정인 딸 정유라씨를 언급하며 격앙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삼성에 말 한번 빌려탔다가 완전 병신이 돼 지금은 승마협회에서도 쫓겨났다”며 “애를 자꾸 죽이지 말고 사실만 얘기하라”고 소리쳤다. 오후 10시 10분쯤 재판이 종료되고 박 전 대통령이 법정 문밖을 나갈 무렵 방청석에 앉아있던 40∼60대 남녀 10여명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십시오”라고 외쳤다. 이에 박 전 대통령은 잠시 뒤를 돌아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이날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는 삼성 측이 정씨의 승마 훈련을 지원한 이유가 ‘최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도움을 줬기 때문’이라는 전언이 공개됐다. 증인으로 나온 김종찬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는 2015년 12월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나눈 대화 내용을 전하며 “‘삼성이 왜 정유라를 지원하는지 모르겠다’고 물었더니 박 전 전무로부터 이같은 얘길 들었다”고 밝혔다.

김민순·장혜진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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