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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싱크로드] 가방타고 여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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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명은 여행에서 시작됐다.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호모 사피엔스가 유럽으로 아시아로 아메리카 대륙으로 여로(旅路)를 개척한 것이 인류 문명사다.

기술의 융·복합을 화두로 삼는 4차 산업혁명이 여행용 캐리어에서 명징한 단면을 드러내는 것이 우연만은 아닐 것 같다. 공항에서 수하물을 맡기려면 긴 줄을 서서 복잡한 수속을 거쳐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질지 모른다.

여행가방 손잡이 옆에 달린 디스플레이에 수하물 태그를 다운받는 스마트 여행가방이 최근 국내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집이나 차 안에 앉아서 스마트폰 앱으로 공항에서 보내는 수하물 바코드를 다운받아 디스플레이에 나타내면 끝이다.

직사각형의 단순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던 여행가방은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되면서 기상천외하게 진화하고 있다. 근거리 통신기술 비콘(Beacon)을 적용해 어디서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여행가방은 기초단계다. 자신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은 물론 스스로 무게를 측정하고 비행기 탑승 시간과 여행지 날씨를 알려주는 스마트 여행가방이 1년 전부터 미국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인공지능 센서와 모터를 장착해 애완견처럼 주인을 따라다니며 장애물도 알아서 피해 가는 여행가방이 미디어에 소개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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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으로 무게를 측정하고 위치추적을 할 수 있는 라덴 스마트 캐리어. [사진 제공 = 라덴]


한 발 더 나아가 주인을 태우고 시속 8㎞로 이동할 수 있는 여행가방도 시판하기 위해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가방이 단순히 짐을 싸 이동하는 도구에서 이동수단이자 여행정보와 일정까지 챙겨주는 똑똑한 비서로 변신해 가는 중이다.

연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2017'은 4차 산업혁명의 속도와 흐름을 가늠할 빅 이벤트였다.

여기서 가장 주목받은 것도 여행산업과 IoT의 접목이었다. 세계 최대 크루즈선 운영 업체인 카니발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 아널드 도널드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크루즈 선박 서비스에 IoT를 활용한 비전을 제시했다.

무궁무진한 변화를 일으키고 기회의 물결이 될 4차 산업혁명이 여행산업에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고 논의하는 장이 마련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관광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다음달 2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미나다.

구글의 인공지능 기술과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은 온라인 트래블 에이전시(OTA)들이 여행산업의 지형을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아이디어로 생존과 도약을 추구할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는 자리여서 자못 기대된다.

[이창훈 여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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