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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법정 최고금리 25%로 낮아지면… 신용6등급, 대부업체 문턱 못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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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大選)에서 대부업 등 금융회사의 법정 최고금리를 현행 연 27.9%에서 임기 중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사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금리를 낮춰 서민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다. 우선 올해 안에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를 2.9%포인트 낮춰 25%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국내 대부업법상 법정 최고금리는 2002년 법이 처음 도입된 이래 연 66%에서 시작해 2007년 49%,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6년 27.9% 등 계속 낮아져 왔다. 하지만 서민의 이자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금융회사에서 신용도가 좋은 사람에게만 대출해주려는 경향이 강해져 서민들의 금융권 대출이 힘겨워질 수 있다. 또한 자금 동원력이 약한 영세 대부업자들이 시장에서 밀려나는 등 그 영향이 복합적이라는 분석이다.

대출 이자 부담 덜어주지만, 대출 문턱도 높아져

최고금리 인하의 가장 큰 목표는 서민 부담 완화다.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서민이 주로 이용하는 저축은행·신용카드사·캐피털사·대부업체 등이 수익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돈 떼일 확률이 높은 저신용자 대출부터 줄이기 때문이다.

조선비즈


특히 7~10등급 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권에서 이런 변화가 두드러진다. 대부업은 대손 비용(대출금을 상환받지 못하는 비용), 자금 조달 비용, 인건비, 모집 비용, 판매관리비 등을 더해 원가금리를 산정한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업체 평균 원가금리는 2014년 기준 28% 수준이다. 빌려준 돈의 28%를 이자로 받아야 '본전'이라는 뜻이다. 가장 비중이 큰 부분은 대손비용에 따른 금리(약 13%)다. 대손비용을 낮추는 손쉬운 방법은 상환율이 낮은 저신용자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3월 최고금리를 6.7%포인트 낮춘 이후 주요 대부업체(75개)의 이용자 평균 신용등급은 2015년 말 7.51등급에서 지난해 말 7.41등급으로 상향(신용등급은 수치가 작을수록 양호)됐다. 한 해 동안 7~10등급 이용자를 8.3% 가까이 줄인 탓이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대부업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의 늪으로 빠지고 있다"며 "2015년 33만명 수준이던 불법 사금융 이용자는 2016년 43만명으로, 이용 총액은 1년 만에 10조6000억원에서 24조1000억원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최고금리가 25%로 낮아지면 6등급인 사람들도 대부업 문턱을 넘지 못할 수 있다. 금융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업계 손해율이 11~15%일 경우, 대부업체가 6등급 대출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이들에게 연 23.1~27.1%의 금리를 받아야 한다. 7등급은 연 26.3~30.3%를 받아야 한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부업체가 신용등급 이외 다른 정보를 이용해 저신용자 중 상환 의지가 높은 이들에게 대출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최고금리 내리면 대부업체 양극화 심화

법정 최고금리 인하가 대부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도 복합적이다. 대부업권 내 '양극화'가 벌어지는 까닭이다. 2012년 말 약 1만1000개에 달했던 국내 대부업·대부중개업체 수는 작년 6월 8980개로 줄었다. 하지만 대부업권이 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 악화를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방어하고 나서면서 같은 기간 대부잔액은 8조7000억원에서 1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대부업 '양극화'가 심화됐다. 조달금리 경쟁력, 대손관리 능력, 중개업체에 대한 협상력 등을 갖춘 대형 대부업체는 꾸준히 수익을 냈다. 2012년 말~작년 6월 대형 대부업체(자산 100억원 이상)의 업체당 당기 순이익은 75억원에서 54억원으로 다소 감소했지만, 대형 대부업체 수는 129개에서 182개로 늘었다. 반면 원가 구조가 취약한 개인 대부업자 수는 2012년 말 9188명에서 작년 6월 7010명으로 감소했다.

통상 법정 상한금리 인하가 반영되는 데에는 2~3년 정도가 걸리는 만큼, 과거 금리가 높을 때 빌려줬던 대부금의 만기가 끝나면 대부업 경기가 더 빠르게 나빠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고금리 25%가 현실화되면 업체 규모와 상관없이 대부업체 대다수가 흑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업체별 대출심사 능력에 따라 최고이자율 인하에 대한 대응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했다.

저신용자 위한 정책금융 늘리고 악의적 개인 파산 막아야

전문가들은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하기에 앞서, 대부업체들이 비용 구조를 어느 정도까지 개선할 수 있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을 받고 악의적인 개인 파산을 통해 대출금을 갚지 않는 도덕적 해이만 철저하게 걸러낼 수 있어도, 제2금융권과 대부업이 대출 이자를 낮출 여력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또 일본처럼 대부업체가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도 검토할 만한 대안으로 꼽힌다. 국내 대부업체는 대부분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등에서 자금을 빌려오기 때문에 조달 비용이 높다는 한계가 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저신용자 신규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풍선효과'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햇살론(대부업체나 저축은행에서 고금리를 부담해야 하는 저신용자 등에게 낮은 금리로 대출), 바꿔드림론(국민행복기금의 보증을 통해 고금리 대출을 시중은행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상품) 등을 '금융 복지'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모듬 기자(modyss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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