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은 경찰의 오랜 숙원이다. 검경 관계가 수직적이다보니 20대 검사에게 아버지뻘인 경찰관이 모욕을 당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나온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경찰의 수사권 독립 명분이 될 수는 없다. 11만명에 이르는 인력과 정보·대테러·외사·경비·경호 등의 권한을 가진 경찰이 수사권까지 갖게 되면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는 물론이고 자질구레한 일상까지 통제·간섭받게 될 우려가 있다. 게다가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경찰의 인권 의식은 매우 후진적이다. 사건 발생 1년6개월이 지났지만 지금껏 사과 한 번 하지 않았고, 재수사 여론에도 이철성 경찰청장은 검찰 수사가 종결되지 않았고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거부했다. 그러면서도 이 청장은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이 ‘돈봉투 회식’을 벌여 고발된 사건은 “원칙에 따라 수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사건은 수사하고 불리한 사건은 다루지 않는 경찰을 시민들이 어떻게 믿고 수사권을 줄 수 있겠는가. 경찰에서 인권 침해와 편파 수사를 당했다고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만 2015년 한 해 1383건에 이른다.
경찰은 경찰위원회에 인사권과 감사권을 부여해 경찰 조직을 감시·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국정기획위에 보고했다. 수사 전담 조직과 그에 따른 인사체계 신설 등도 연구하고 있으며, 집회 및 시위 현장에 물대포와 차벽을 원칙적으로 배치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사권 조정은 검찰의 지휘와 감시를 받는 경찰의 인권을 높이자고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에 수사권을 주지 않고도 검찰 권한을 분산·견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을 경찰은 명심하기 바란다.
▶ 경향신문 SNS [트위터] [페이스북]
▶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