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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경유차 정말 퇴출되나…정유업계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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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대선 때 "2030년까지 퇴출" 공약…학계선 "정확한 원인 분석이 우선"

연합뉴스

<그래픽>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개요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새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 대책으로 경유에 물리는 유류세 인상, 2030년까지 경유차 퇴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내에서 소비되는 경유의 약 80%가 수송용으로 쓰이고 있어, 경유차 퇴출은 정유업계에 직격탄이 되기 때문이다.

28일 정유업계와 한국석유공사 등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새 정부가 제시할 경유차 관련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지난해 미세먼지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경유에 붙는 유류세를 인상해 경유 소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에너지 세제 개편안이 정부 내에서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만으로도 경유 소비 감소가 예상되는데 여기에 더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2030년까지 경유차를 퇴출하겠다고 공약한 것으로 알려지며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 국내 소비 경유의 80%가 수송용…정유업계 "경유차가 미세먼지 주범 인식은 오해"

국내 정유업계가 해외에서 원유를 수입해 이를 정제하면 그중 약 40%가 경유다. 부가가치가 낮은 중질유를 한 번 더 정제하는 고도화설비까지 돌리면 휘발유·경유 등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데 이것까지 포함한 비율이다.

이렇게 생산된 경유의 절반가량이 국내에서 소비되고, 나머지 반은 해외로 수출된다.

국내에서 경유의 주 소비처는 각종 도로의 각종 수송장비로 비중이 80% 안팎이다. 그 외에는 농림수산업, 건설업, 가정 등에서 쓰이지만 각각 3∼4%대다.

경유차가 퇴출될 경우 정유업계로선 가장 큰 경유의 소비처가 사라지는 셈이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에 대해 정유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나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가 일부 와전되고, 여기에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겹치면서 경유가 미세먼지 유발의 주범으로 몰렸다고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2015년 발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보고서'에서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 공장 등 사업장(41%) ▲ 건설·기계(17%) ▲ 발전소(14%) ▲ 경유차(11%) ▲ 비산먼지(6%) ▲ 기타(11%)를 꼽았다.

다만 공장이나 발전소가 많지 않은 수도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경유차가 29%, 건설·기계가 22%, 냉·난방이 12%, 발전소가 11%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건설·기계 장비가 대부분 경유를 연료로 쓰는 것을 고려하면 수도권 미세먼지의 절반은 경유 탓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 발표가 언론 보도 등으로 알려지는 과정에서 '수도권' 미세먼지 원인 1위인 경유차가 전체 원인 1위인 것으로 와전됐다고 정유업계는 보고 있다.

여기에 2015년 터진 디젤 게이트도 경유차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시켰다.

국립환경과학원 발표도 들쭉날쭉하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올해 초 수도권에 발생한 강력한 초미세먼지에서 중국발 스모그의 영향이 65∼80%였다고 1월 발표해 2015년과는 좀 다른 분석을 내놨다.

2015년 발표된 보고서의 적정성도 논란이다. 당시 보고서는 경유차에는 일정한 미세먼지 배출계수를 적용하면서 LPG(액화석유가스)차나 휘발유차, CNG(천연가스)차에는 배출계수로 '0'을 적용했다.

미세먼지 배출계수란 미세먼지가 대기 중 광화합 작용으로도 생겨나 정확한 발생량을 측정하기 어렵다 보니 이를 산술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적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경유차에는 이를 적용하고 휘발유나 LPG차에는 사실상 이를 적용하지 않은 셈이다.

◇ 학계선 "경유차 퇴출, 미세먼지 대책 우선순위 아냐"

이러다 보니 정유업계는 "통일된 기준과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경유차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고 항변한다.

특히 최근 몇 년 새 생산된 승용차의 경우 유로5·유로6 등 높은 환경기준이 적용돼 미세먼지 배출이 많지 않다고도 지적한다.

학계에서도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특히 잘못된 진단 위에 처방이 내려질 경우 커다란 사회적 비용과 견줘 성과는 미미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는 지난 20년간 대기질 개선을 위해 경유차에 각종 정책을 집중했지만 미세먼지 상황은 외려 악화됐다"며 "이는 결국 정책의 타깃이 잘못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미세먼지는 심각한 문제지만 경유차를 주범으로 지목하는 것은 잘못된 문제의식"이라며 "공장이나 석탄발전소·제철소의 석탄 야적장, 농지 등 다른 미세먼지 발생원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경유차는 건설기계, 운송기계, 대형 화물차 등인데 이는 다른 연료로 대체하기 힘든 장비들"이라며 "정부가 이런 차량들에 매연 여과장치를 달아주는 게 정책적으로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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