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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독일, 파견직 고용기간 18개월 제한, 9개월 후 ‘동일 임금’…일본, 요건 충족한 노동자는 원청과 근로계약 성립 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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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들의 ‘노동 외주화’

파견, 사내하청 같은 간접고용의 확산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26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와 한국노동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노동 외주화 해외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는, 각국 노동 외주화에 따른 차별·격차 문제, 그리고 해결책을 비교, 분석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독일 뒤스부르크-에센대학 일·기술·훈련연구소의 토마스 하이페터 교수, 일본 도쿄대 법정치대학원의 마사히토 도기 교수가 발제자로 참가했다.

독일과 일본 모두 외주화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독일 금속산업의 경우 전체 사업장의 31%에서 사내하도급이 이뤄지고 있다. 하이페터 교수는 “독일에서도 원청의 장비로 작업하고, 원청 관리자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내하도급이 최근 어젠다로 부상했다”면서 “사내하도급은 무엇보다 원청 정규직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주목할 부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하청노동자가 원청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금, 노동조건에서 차별받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독일 금속노조를 주축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캠페인이 전개됐고, 독일 정부도 이를 수용해 지난해 파견노동·하도급 규제를 강화하는 신규 법안이 통과됐다. 파견직 고용기간에 18개월의 상한을 두고, 파견 9개월 이후에는 원청 노동자와 동일임금을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일본은 2004년 제조업 파견이 허용된 후 외주화가 급격히 확대됐다. 마사히토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파견노동자는 133만명에 달한다. 정규직 대비 파견노동자의 임금은 76~79% 수준이다. 2006년부터는 하도급을 빙자해 사실상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직접 지시·감독하는 ‘위장도급’이 문제가 됐다. 일본은 2012년 요건을 충족하면 파견처(원청)가 신청하지 않아도 노동자 의사표시만 있으면 파견처와의 근로계약이 성립되는 규정 도입을 골자로 파견법을 재개정했다. 마사히토 교수는 “위장도급의 경우 이 규정에 따라 원청과의 근로계약 관계가 성립되는 경우가 늘어나 고용보장에 이바지하는 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노동 외주화를 시장흐름에만 맡겨 놓을 경우 근본적인 해결은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각기 다른 상황의 노동자들과 정부, 사용자 간의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 토론자로 나선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1차 하청의 임금 수준이 원청의 50%에 머물러 있는 등 원·하청 간 차별과 노동기본권 훼손이 다른 나라들보다 심각하다”며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개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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