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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원고 故 강민규 교감 유족 "출항 당연히 반대했을 것"(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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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에 신중한 분…'마지막 메시지' 진상규명 실마리되길"

(수원=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었기에 당연히 반대했을 거예요."

세월호 선체에서 나온 휴대전화 복구 결과 단원고 고 강민규 전 교감(당시 52세)이 출항을 반대한 정황이 나오자 유족들은 눈물 쏟으며 강 전 교감의 '마지막 메시지'가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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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민규 전 교감
[고 강민규 전 교감 가족 제공 = 연합뉴스]



26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에 따르면 복구된 휴대전화에서는 참사 전날이자 출항일인 2014년 4월 15일 오후 6시 42분 "안개로 못 갈 듯"이라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됐다.

이어 오후 7시 2분에는 "교감은 취소 원하고"라는 메시지가 남았다.

메시지 내용에 미뤄 볼 때 강 전 교감은 당시 짙은 안개로 부두에 대기하던 세월호의 출항을 반대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오후 6시 30분 인천항을 출항할 예정이던 세월호는 안개가 일부 걷히자 오후 9시께 출항했다.

참사 후 3년도 더 지난 현재 강 전 교감이 출항을 반대했던 정황이 나오자 유족들은 억울함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다.

강 전 교감 아내는 "교감 선생님이 출항에 반대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며 "그는 4월 15일 오후 딸에게 '이제 출발한다. 아빠 갔다 올 테니 집 잘 지키고 있어라'라고 메시지를 남겼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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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강민규 전 교감이 가족에게 보낸 메시지
(수원=연합뉴스) 세월호 참사 후 책임감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단원고 고 강민규 전 교감이 가족들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강 전 교감은 세월호 참사 전날이자 출항일인 2014년 4월 15일 오후 4시 57분과 오후 5시께 각각 "수학여행 인솔갑니다", "집에 일찍들어오고"라는 메시지(좌측, 가운데)를 보냈다. 이어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 16일 오전 7시 8분 "아직 항해중"이라고 안부를 전하는 메시지(우측)를 전했다. [고 강민규 전 교감 가족 제공 = 연합뉴스]



이어 "출근한 뒤 학교의 사정을 집에 알리는 사람은 아니어서, 세월호 참사 전의 상황은 잘 몰랐다"며 "다만 매사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한 성격이기 때문에 안개가 짙게 낀 당시 출항하는 것을 굉장히 우려하고, 당연히 반대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총 인솔자로서 안전하게 수학여행을 마쳐야 한다고 생각했을 텐데…"라며 "(출항에 반대했던 정황이 나오니)정말 억울하고, 안타깝다"고 애끓는 속내를 드러냈다.

유족들은 세월호 참사 후 책임감에 괴로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강 전 교감의 '마지막 메시지'가 진상규명의 실마리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강 전 교감 딸은 "아버지에게 세월호 출항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없었지만, 막상 출항에 반대했던 정황이 나오니 원통한 심정"이라며 "이번 휴대전화 복구가 진상규명의 단초가 되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이어 "아울러 세월호 참사의 똑같은 희생자인 아버지가 왜 구조 후 병원조차 가지 못하고 해경으로 옮겨져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야 했는지 낱낱이 밝혀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강 전 교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에 구조됐다가 이틀 뒤인 2014년 4월 18일 세월호 가족들이 모여있던 진도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강 전 교감의 유족이 순직유족급여를 지급하라며 인사혁신처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한 바 있다.

유족들은 최근 강 전 교감의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촉구하는 편지를 써 언론에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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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원된 문자 확인하는 유족
(목포=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6일 오전 목포 신항 사무실에서 열린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제1 소위원회에 참석한 한 유가족이 복원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죽으면 안돼, 꼭 살아있어야 돼', '안개로 못갈 듯'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2017.5.26



ky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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