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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알파고-인간 ‘협동 바둑’, 사람 실수가 승패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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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페어바둑서 ‘롄샤오 8단-알파고B’ 승리

알파고B 의도 파악한 롄샤오 8단 팀

실수 연발한 구리 9단-알파고A 꺾어
한국일보

26일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알파고A·구리 9단 조(오른쪽)와 알파고B·롄샤오 8단 조가 페어대국을 펼치고 있다. 우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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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인간을 이기기 위한 경기만 두었던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가 처음으로 인간과 팀을 이뤄 대국을 치렀다. 결과는 AI와 인간 사이의 ‘팀워크’로 갈렸다.

26일 오전 10시 30분(현지시간) 중국 저장(浙江)성 우전(烏鎭) 국제인터넷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바둑의 미래 서밋(Future of Go Summit)’에서 알파고A와 구리(古力·34) 9단, 알파고B와 롄샤오(連笑·23) 8단이 복식 바둑대국(페어대국)을 치렀다. 경기는 롄샤오 8단팀이 구리 9단팀에 백 220수 불계승으로 끝났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바둑의 미래 서밋에서 알파고는 세계 랭킹 1위 커제(柯潔ㆍ20) 9단과 두 차례 1대 1 대국을 펼쳤다. 철저히 ‘바둑 게임에서 이겨라’는 목표를 위해 설정된 알파고는 커제 9단의 도발과 변칙수에도 꿈쩍하지 않았다. 냉정한 계산 값으로 본인의 수를 이어가던 알파고는 별 다른 이변 없이 2연승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달랐다. 알파고는 훤히 내다보는 앞 수를 인간 팀원이 이해하지 못하면 대국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구리팀이 공세를 이어가고 롄샤오팀이 수습에 급급하던 때 롄샤오 8단은 종종 알파고B의 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롄샤오 8단이 한쪽을 버리고 다른 쪽을 취하는 바꿔치기를 제안하는 수를 뒀을 때 알파고B가 거부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반면 구리 9단이 예측하기 어려운 수를 둬도 알파고A는 속 뜻을 정확히 이해하고 보조하는 모습으로 관중을 놀라게 했다.

판세는 롄샤오팀이 승부수를 던지면서 뒤집어졌다. 경기 중반 롄샤오팀 알파고B가 좌변에 단수를 치자 바로 이해한 롄샤오 8단이 그대로 연결해 나갔다. 차분하게 대응하던 구리 9단과 알파고A의 호흡이 깨지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알파고A에 보조를 맞추지 않고 구리 9단이 다른 선택을 하자 당황한 알파고A가 연이어 악수를 뒀다. 결국 좌변 흑진이 파괴당하면서 승리를 내줬다.

인간과 AI의 협동 바둑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보여준 이번 페어대국이 인간과 AI의 협력 가능성을 확인시켜 줬다는 평가다. 기본적으로는 인간과 AI가 각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협업이 중요하지만 이날 경기의 승패는 인간의 실수를 알파고가 얼마나 잘 보조 맞추며 해결해주는지로 결정됐다. 사실상 구리 9단의 의도적 실수에 알파고A가 허둥지둥했던 게 패인이었기 때문이다.

목진석 한국기원 대표팀 감독은 “사람의 실수로 인해 유불리가 왔다갔다하면서 더 재미있는 바둑경기가 펼쳐졌다”며 “두 선수가 의도적으로 재미있게 둔 경기”라고 평가했다. 김성룡 9단은 “이번 페어바둑이 인간과 인공지능간 공조라는 측면에서 가장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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