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6 (목)

젊어지는 전통시장…톡톡 튀는 청년몰로 활기 되찾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반려동물 유골함·계란밥·수제 향수 등 독특한 아이템으로 승부

(전국종합=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쇠락의 길을 걷던 전국의 전통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소비자와 관광객이 몰리면서 전대가 두둑해지자 상인들의 입도 쫙 벌어졌다.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기세에 눌려 십수년간 고전을 면치 못한 것에 견주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사람이 몰린 건 우연이 아니었다.

상인의 평균 연령이 56세로 고령화하고 지은 지 수십 년이 된 낡은 건물의 전통시장은 급변하는 유통 트렌드마저 따라잡지 못해 빈 점포를 늘려야만 했다.

연합뉴스

북적이는 전주 남부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침체한 시장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상인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외치는 지자체가 머리를 맞댔다.

의기투합 끝에 나온 해법은 청년을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이 창업할 수 있도록 경제·행정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새로운 전기가 마련한 된 것이다.

청년 상인들이 빈 점포들에 집적화하고 쇼핑과 지역 문화 등을 융합한 '청년몰'은 그렇게 탄생했다.

전주 남부시장, 서울 뚝도시장, 강원 원주시장, 부산 국제시장 등 전국 각 시도의 전통시장 1∼2곳이 청년몰로 특화하면서 기존 전통시장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독일식 족발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통시장 상인들이 취급하지 않는 품목으로 승부를 건 청년 몰은 젊은층의 이목을 끌만했다.

반려동물 유골함, 독일식 족발, 수제 맥주와 향수, 계란밥, 컬러링 엽서 등 이색 아이템을 속속 선보였다.

소규모 전시회와 음악회, 공연 등 문화행사가 자주 열리고 수제 소품·잡화·공예품·짚 공예품 등을 살 수 있는 것도 청년몰의 매력 중 하나다.

하루 저녁에 1만 명이 찾는 전주 남부시장 청년몰에 입점한 청년들은 당시 상인들이 떠나 버려진 시장 상가 2층을 개조했다.

'순자씨 밥줘', '범이네 식충이', '만지면 사야 합니다', '우주 계란' 등 이색 가게들을 톡톡 튀는 감각으로 꾸며 '늙은 전통시장'의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젊은 고객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이 늘고 있는 서울 뚝도시장의 청년 상인들은 서울시의 월세 지원이 지난달 끝났지만, 여전히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플리마켓 등 주말 이벤트를 기획하고 앞으로 협동조합까지 설립해 자립할 계획을 세우는 등 전통시장에서 살아남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겠다는 포부다.

연합뉴스

전통시장 이벤트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고 청년몰이 매번 성공을 몰고 오는 것은 아니다.

기존 상인들과 경쟁과 마찰 또는 적응 실패로 청년 상인이 전통시장에 안착하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세종 전통시장은 정부의 청년몰 사업 공모에 선정돼 시와 중소기업청이 총 32억여원을 들여 청년 점포 20곳을 육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업 신청 당시 찬성했던 상인회의 갑작스러운 반대로 물거품 됐다.

11곳의 청년창업특화구역을 조성한 뒤 점포를 무료로 제공했던 청주 북부시장은 청년들이 안착하지 못하고 떠나는 바람에 3개 점포만 정상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상인과 화합 프로그램 마련은 물론 특화된 아이템 발굴과 전문적·체계적인 컨설팅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비용의 대부분을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지원받는 청년 상인들이 창업을 '스펙 쌓기용'으로 여겨 쉽게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

북적이는 전통시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유희숙 전북도 경제산업국장은 "대형마트 등에 떠밀려 활력을 잃던 전통시장들이 청년몰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풍성해지면서 사람들을 유인,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들이 시장 구석구석에 진출하고 판매하는 상품이 트렌드에 앞서간다면 더 젊고 강력한 소비계층이 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전통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해 경험이 부족한 청년 상인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