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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잔다르크 교수님` 梨大 학생이 뽑은 첫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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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화여대 131년 역사상 첫 직선제 총장 투표에서 학내 대표적 '야당파'인 김혜숙 철학과 교수가 당선됐다. 지난해 평생교육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 사태와 정유라 씨의 학사농단 의혹이 불거지면서 최경희 전 총장이 사퇴한 지 7개월 만이다.

25일 이대 제16대 총장후보 추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교내 입학관홀 및 ECC 다목적홀에서 치러진 결선투표 결과 김혜숙 교수가 총득표율 57.3%로 42.7%를 얻은 김은미 국제학과 교수(59)를 제치고 당선됐다. 이대 신임 총장은 26일 낮 12시 이화학당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김혜숙 교수는 전날 열린 투표에서 득표율 33.9%로 1위에 올랐지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2위 김은미 교수(17.5%)와 '양자 대결'을 치렀다.

김혜숙 교수는 이대 131년 역사상 첫 '전(全) 구성원 직선제'를 통해 뽑힌 총장이다. 이대는 1990년 윤후정 10대 총장(85)을 선출할 당시 교수 직선제 선거를 한 적이 있으나 교수·직원·학생에 동문까지 참여하는 직선제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기독교학과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1980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시카고대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7년부터 현재까지 이대 철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정문종(경영학), 정혜원 교수(의학)와 함께 이른바 학내 '야당'으로 통하는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이끌어왔다.

김 교수는 지난해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둘러싼 학내 분규 사태에서 학생 편에 섰고, '정유라 특혜' 파문 과정에서 최경희 전 총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지난해 12월 15일 국회 청문회 당시 학생들이 점거한 본관에 경찰이 투입된 영상이 나오자 눈물을 흘려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 교수 앞줄에 앉아 무덤덤한 표정을 유지했던 최 전 총장과 비교되며 대중적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실추된 학교의 명예를 회복하도록 노력하는 게 최우선"이라며 "투명하고 공정한 이화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22일 '이대 학보'와 인터뷰하면서는 "이화가 이득이 아닌 인간을 위한 가치와 정의로움을 추구하는 대학이라는 것, 그것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선 소식 직후 김 교수는 연구실에서 10여 명의 동료 교수들과 조촐한 축하연을 벌였다.

동료 교수들도 김 교수 당선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교수의 동료인 윤보석 철학과 교수는 "대화와 타협으로 대립 해결의 장을 만들었다"며 "이제 소수가 독단적으로 결정하는 학교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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