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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업무 보고하라는 연락도 없어"… 존재감 없는 국세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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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오르내리는 건 안 좋지만

너무 조용하니 서운한 기분…"

작년과 올해 稅收 넉넉해

청와대서 딱히 주문할 게 없어

조선일보

/조선DB


“요즘 국세청이 찬밥 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와요. 저희는 집행 기관이라 조용해서 나쁠 건 없지만 워낙 언급 자체가 안 되고 있으니 찜찜하기도 해요.”(국세청의 한 간부)

이른바 ‘4대 권력 기관’의 하나로 꼽히는 국세청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국정(國政)의 변방에 머물고 있다. 국세청은 정권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업무 보고를 하라는 연락도 받지 못하고 있고, 국정기획자문위에 국세청 간부가 파견되지도 않았다. 2013년 초 박근혜 정부 인수위원회 당시 국세청이 선임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제치고 먼저 업무 보고를 하면서 주목받았던 것과는 사뭇 다르다. 같은 차관급 청장(廳長)이 수장인 정부 조직 중 중소기업청이 업무 보고 일정을 잡은 것과 비교해봐도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양상이 뚜렷하다.

이와 관련, 국세청 직원들 사이에서는 “세간에 국세청이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좋은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너무 조용한 건 조금 서운한 게 사실”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첫 국세청장 인선 전망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세청이 뒷전으로 밀려난 이유에 대해서는 우선 문재인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일자리 창출과 복지 증대에 집중되기 때문에 직접 연관이 없는 국세청이 관심을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다. 또 작년과 올해 세수(稅收)가 넉넉해서 당장 청와대에서 국세청에 주문할 것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국세청의 한 고위 공무원은 “박근혜 정부 집권 초기는 세수가 워낙 저조했고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굵직한 공약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과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현 정부가 대기업·고소득자에 대해 증세(增稅)를 예고한 것 역시 기획재정부가 세제(稅制)를 바꿀 일이기 때문에 세금을 징수하는 역할을 하는 국세청이 부각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에서는 국세청 직원들이 조용히 물밑 작업을 벌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정기획자문위에 업무 보고하는 일정이 조만간 잡힐 것으로 보고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세청 간부는 “내년까지야 세수가 어느 정도 버티겠지만 2019년 이후에는 경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앞으로 5년을 보면 고소득 장기 체납자 조사를 비롯해 국세청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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