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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무능한 상사, 겁쟁이, 알몸 변신…어린이 만화 보다 ‘여혐’ 생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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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프로그램에 성차별적 시선 조장 콘텐츠 다수

활발하고 용기 있는 남성 vs 나약하고 의존적인 여성

알몸 변신하고 몸매 강조…"성적 대상화·외모지상주의"

중앙일보

EBS의 어린이 만화 ‘소피루비’에서 주인공인 13세 루비가 19세 소피로 변신하는 장면. 알몸을 연상시키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이 매회 노출된다. [사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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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어린이 프로그램이 여성에 대한 성차별적인 시각을 조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캐릭터를 남성에 비해 나약하고 의존적으로 그리거나 여성의 외모를 강조해 성적 대상화하는 식이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일환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서울YWCA의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단이 지난 4월 1일부터 7일까지 실시했다. 모니터링 대상은 지상파 채널 5개(KBS1·KBS2·MBC·SBS·EBS)와 케이블 채널 4개(디즈니채널·디즈니주니어·JEI재능TV·투니버스)다.

모니터단은 각 채널 홈페이지에 게시된 인기 프로그램과 어린이 주 시청시간(주중 오후4시~오후8시, 주말 오전9시~오후12시)을 중심으로 79개 프로그램 141편을 살펴봤다.

일주일간 모니터단이 찾아낸 성차별적 내용은 42건으로 성평등적 내용 26건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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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헬로 카봇 5’에서 여성 경찰서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화를 내고 있다. 서장은 잘록한 허리과 가슴을 강조한 여성용 경찰복을 입고 있다. [사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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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단에 따르면, 4월 1일 KBS1에서 방영된 ‘헬로 카봇 5’에서 여성 경찰서장은 매번 부하 경찰들에게 버럭 화를 내는 등 업무 능력이 부족하고 신경질적인 리더로 그려졌다. 허리와 가슴을 강조한 타이트한 경찰복을 입었다는 점에서 여성은 마르고 굴곡있는 몸매를 유지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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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정글에서 살아남기-마루의 어드벤처’에서 여성 캐릭터 아라를 남성 캐릭터 마루와 카이가 구출하고 있다. 아라의 옷과 머리 색깔이 분홍색 계열이라는 점도 성별 고정관념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사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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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EBS에서 방영된 ‘정글에서 살아남기-마루의 어드벤처’의 여성 캐릭터 아라는 악당에게 쉽게 유인당하는 나약한 모습이었다. 모니터단은 남성 캐릭터인 마루와 카이는 괴력을 발휘하며 용감한 모습을 보이며 아라를 구하는 영웅의 역할을 맡은 점이 성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4월 6일 JEI재능TV의 ‘애슬론 또봇 3’에서도 여성 캐릭터 오푸른은 유령이 나오는 장소에서 겁이 난다며 도망쳤지만 남자 주인공 차노을은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지”라며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내용도 다수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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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주니어 ‘코코몽3’에서 아로미가 살이 쪘다며 놀라는 모습. [사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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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의 ‘소피루비’에는 주인공인 13세 루비가 19세의 소피로 변신하는 장면이 매회 등장한다. 변신할 때마다 팔로 가슴을 가린 알몸 상체와 맨 다리가 화면에 등장한다. 4월 6일 디즈니주니어의 ‘코코몽 3’에서는 여성 캐릭터 아로미가 “어제보다 몸무게가 0.333kg이나 쪘어!”라며 다이어트를 걱정했다.

또한 모니터단은 여성 캐릭터가 주로 빨간색이나 분홍색 옷을 입고 리본, 꽃으로 머리를 장식하는 등 성별 고정관념에 맞춰진 모습인 점도 지적했다. 반면 남성 캐릭터는 주로 파란 옷을 입고 활동적으로 묘사됐다.

전체 등장인물 성비를 분석한 결과, 남성이 47.2%(219명)로 절반에 달했고 여성은 35.8%(166명)였다. 주인공으로 범위를 좁히면 격차는 더 커졌다. 남자 주인공이 93명으로 52.5%를 차지했고 여자주인공은 66명으로 37.3%였다. 성별을 알 수 없는 주인공은 18명이 있었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아이들이 6세만 되어도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형성하게 된다”며 “어린이 프로그램 제작진은 양성평등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콘텐츠를 제작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평원은 4월 모니터링에서 발견한 성차별적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백수진 기자 soojinpe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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