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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글로벌기업, 韓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 통신망 사용한만큼 비용 내라"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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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 유리한 혜택 없애야" 전세계적으로 공감대 확산
美, 망중립성 원칙에서 전환.. 구글세 도입 움직임도 확산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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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망을 쓴 만큼 돈을 내고, 매출을 얻은 만큼 세금을 낸다.'

기업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원칙처럼 보이지만 그동안 글로벌 인터넷업체들은 적어도 한국에서 이 기본원칙에서 벗어나, 의무는 없이 권한만 누리며 사업을 벌여왔다는게 국내 인터넷 업계의 지적이다.

반면 한국 인터넷 업체들은 의무를 다하면서 정부의 규제에도 얽혀 글로벌 인터넷 업계와 경쟁해 왔다. 결국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업체들의 요구 뿐 아니라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의 안방인 미국에서부터 운동장 기울기를 바로잡겠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 연방통신위원회 (FCC)가 인터넷 업체들에게도 통신망 비용을 정확하게 계산해서 내도록 하자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조세회피의 '묘수'를 쓰고 있는 인터넷 업체들에게 세금을 정확히 계산해 매기도록 하는 일명 '구글세' 도입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범정부 차원에서 글로벌 인터넷 업체들의 세금과 통신망 이용대가에 대한 산정 방식을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확산되고 있다.

■FCC, 망중립성 정책 변화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후 과거 오바마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망중립성' 원칙을 변경하겠다는 정책의지가 강화되고 있다. 망중립성이란 유.무선 통신사, 케이블TV 등 망 사업자들이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콘텐츠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자는 것으로, 포털이나 동영상 서비스 업체 등 인터넷 콘텐츠 업체들이 별도의 통신망 사용요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원칙처럼 받아들여졌다.

사실 오바마 정부시절에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미국 인터넷 업체들이 망중립성 원칙을 내세워 세계 각국에서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게 사실이다. 단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통신회사들은 통신망 사용료를 가입자들에게 받고, 애플, 구글,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공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 처럼 인식돼 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집권 이후 FCC는 망 중립성 폐지안을 의결하는 등 정책변화에 나서고 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은 "통신망을 공짜 공공재로 취급하는 규제가 초고속인터넷망 투자를 침체시켰다"며 망 중립성 원칙은 '실수'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5세대(5G) 이동통신 전환이 빠르게 이뤄지도록, 투자금 회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통신망 대가를 인터넷 회사들에게 받겠다는 것이다.

최근 FCC는 인터넷서비스 사업자의 분류를 타이틀Ⅱ에서 제외하며 망중립성 폐지를 위한 첫 걸음을 시작했다. 타이틀Ⅱ에서 제외되면, 통신사나 케이블TV 사업자들은 비용을 더 내는 콘텐츠 사업자에 급행회선을 제공하거나, 과다 트래픽을 유발하는 사업자에 망 비용 분담을 요구할 수 있게된다. FCC는 3개월간의 의견 수렴 후 연말쯤 최종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유럽에서는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에는 찬성하면서도 통신사의 합리적 트래픽 관리 행위를 허용하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자에 별도 대가를 받고 특정 콘텐츠의 속도를 빠르게 해주는 급행회선을 허용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 구글세 대응도 거세져

또 최근 국제적으로 '구글세'와의 전쟁에 들어간 것 역시 놓칠 수 없은 흐름이다. 각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가 간 세법 차이, 국제조세제도 등의 미비점 등을 이용해 조세회피처를 통해 세금탈루를 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바로잡아야한다며 '구글세' 와의 전쟁에 들어간 상황. 수익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조세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을 통한 무형의 디지털재화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유형의 분쟁이 초래하고 있다"면서 " 특히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은 현지에서 별도의 사업장을 두지 않더라도 다양한 유형의 수익이 발생함에 따라 이들 거래에 대한 국가간 과세권 소재지 문제와 역외 탈세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구글은 이탈리아 국세청에 지난 10여년간 내지 않은 세금 3억600만 유로(약 3800억원)을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영국 정부도 지난해 1월 구글에 대해 1억3000만 파운드(약 1900억원)의 체납 세금을 추징했다. 영국은 2015년 세계 최초로 '구글세'를 도입해 외국계 기업이 영국에서 번 돈을 다른 국가로 우회하면 이에 대해 25% 세금을 부과한다. 호주는 7월부터 구글세를 시행해 수익을 일부러 타국으로 우회하면 법인세(30%)보다 높은 40%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구글 등이 안드로이드 기반 제조사 등을 통해 검색.앱마켓 등의 앱을 강제로 탑재하도록 하는 시장지배력 행사에 대한 조사 및 규제도 도입되고 있으며,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계 인터넷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수집한 정보가 온라인 광고 매출로 이어지면서 정보 독점에 의한 시장지배력 행사 문제도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전문가는 "그동안 미국에서 창업한 인터넷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바탕에 불균형적 혜택이 있었다는 분석이 많다"며 "최근에는 그동안 불균형적으로 제공된 혜택의 균형을 맞추자는 시도가 다방면에서 시도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 정부도 종합적으로 ICT 산업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정책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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