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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글로벌기업, 韓 통신망 무임승차 논란] ICT 서비스'테스트베드' 한국, 정작 통신망은 공짜로 내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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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사태 계기로 수면위로 떠오른 불편한 진실
글로벌 기업의 이중잣대
美에선 트래픽 분담금 내면서 다른 나라에서는 최소비용 지불
국내기업들 안방서 역차별 페이스북.구글은 '유한회사'
매출공시.납세도 제대로 안해
정부, 근본적 기준 마련을
국내서 거둔 수익에 과세하는 구글세 도입 적극 검토하고 인터넷산업 사용료 기준 내놔야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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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로 공인받는 한국의 인터넷망을 이용해 막대한 광고 수익은 물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신기술 콘텐츠 실험 등 막대한 효과를 얻어내는 페이스북이 정작 통신망 사용료는 못 내겠다고 버티고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문제가 된 SK브로드밴드와 통신망 사용료 협상 결렬 이후 SK브로드밴드 인터넷 가입자들의 페이스북 접속이 지연되는 불편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을 벌이면서 소비자 불편이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낳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들은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간의 통신망 사용료 협상 문제로 외부에 공개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한국 통신망 무임승차에 대해 근본적인 규칙을 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사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국내 인터넷 업체들은 국내 통신회사들에게 정당한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해 온 반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의 통신망을 활용해 수익과 신기술 테스트까지 하면서도 정작 통신망 사용료는 한푼도 지불하지 않았던 불편한 진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그간 통신사업자와 인터넷 사업자간 협상에만 맡겨둔 채 인터넷 산업의 사용료 규칙이 제대로 자리잡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던 정부가 글로벌 기업에 적용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 잣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세계 최고라고 자랑하는 한국 통신망에 대한 대가는 물론 글로벌 기업들의 테스트베드 비용을 정당하게 지불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정작 안방에서 역차별 당하고 있던 관행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인터넷업체들, 미국서만 통신망 사용료 지불?

23일 업계에 따르면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 간 갈등으로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본국인 미국에서는 통신망 사용료를 따박따박 지불하는 반면, 다른 나라에서는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던 기존의 공공연한 비밀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결국 강력한 영향력을 내세우는 미국 통신회사들에는 사용료를 내면서도, 다른 지역에서는 '글로벌 기준'이라는 명분으로 통신망 사용료를 내지 않은채 무임승차하고 있었던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글로벌 인터넷 회사들은 미국 내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전송품질이 불안정해지자 통신망 사용료를 따로 내면서 직접 통신망을 연결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14년 미국의 초고속인터넷 업체인 컴캐스트와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라 인터넷망 구축비용을 콘텐츠 제공 업체가 분담하는 협약을 체결했으며, 이후 넷플릭스는 AT&T, 버라이즌 등의 대형 초고속인터넷 사업자와도 직접 전송 방식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계약관계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콘텐츠 업체들이 미국 통신사업자들에게 통신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이들은 미국에서는 통신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만큼 트래픽 유발 분담금을 내면서 미국 외 국가에서는 최소 비용 혹은 무임승차를 시도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사용량 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가 지원하는 셈

그러나 페이스북 사용자와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국내 통신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통신망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번 SK브로드밴드와 협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도 페이스북 사용량을 감당하기 위해 추가 통신망 증설이 필요하다는데서 시작됐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한국 페이스북 사용자는 세계 10위권 밖이지만, 한국 사용자들의 페이스북 사용량은 세계 7위 수준"이라며 "한국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서 빠른 인터넷 속도 덕분에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를 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게다가 페이스북이 VR.AR 콘텐츠 도입을 선언하면서 한국 사용자들이 잇따라 VR.AR 콘텐츠를 사용하게 되면 트래픽이 현재보다 4~5배 폭증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결국 현재 상태대로라면 네이버와 카카오가 낸 통신망 사용료로 페이스북용 통신망 증설에 써야 하는 실정"이라고 현실을 지적했다.

■세금도 안 내는 글로벌 인터넷 기업

통신망 사용료 부담을 지지 않는 글로벌 인터넷 회사들은 국내에서 그야말로 땅 짚고 헤엄치기를 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경우 국내 모바일 커뮤니티 총 체류시간 비중이 1위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고, 유튜브는 국내 모바일 동영상 이용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통신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제대로 세금도 내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은 국내에서 매년 몇천억원의 매출을 거두면서도 정확한 매출 신고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세금도 내지 않는다.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은 재무실적에 대한 공시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기 때문에 정확한 재무실적 파악이 어렵기 ?문이다.

업계는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이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에 대해 공정한 과세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과세를 할 수 있는 세법 개정 등 일명 '구글세'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가 근본적 잣대 만들어야

결국 이같은 문제를 낳고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가 제시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 등 같은 업종의 기업들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통신망 사용대가나 세금 문제에 적용할 잣대를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VR.AR 등 대용량 인터넷을 사용해야 하는 신기술 콘텐츠 대중화에 앞서 정부가 국내외 기업들을 가리지 않고 공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 잣대를 제시해줘야 한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또 통신회사들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에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이 무임승차하면서 국내 통신 가입자들이 구글, 페이스북을 지원하도록 만들어진 시장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의 한 축인 콘텐츠를 담당하는 글로벌 인터넷업체들이 생태계의 또 다른 중요 부분인 트래픽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면, ICT생태계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정부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면서 "국내외 기업들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할 수 있는 룰을 만드는데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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