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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르포]盧 추모식 찾은 시민들 "민주주의를 다시 되새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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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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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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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묘역 향하는 문재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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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노무현대통령 묘역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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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대통령 묘역에 헌화하는 각 당 대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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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3만 명 이상 운집…역대 최대 규모 참여

"당신 친구 문재인 대통령 됐다" 모두 환호
가족∙연인들 추도식 찾아 盧전대통령 추모
'盧의 이름으로 문 대통령 당선 축하' 현수막

【김해=뉴시스】김지현 이종희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은 처음 왔어요. 오늘은 꼭 와야 할 것 같았습니다."

부산 강서구에서 추도식에 참여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박나영(57∙여)씨는 살짝 떨리는 음성으로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그는 오늘 제일 인상 깊었던 점을 묻자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와서 가슴이 뭉클하다"며 "한 번 더 다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새기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매년 추도식에 참석했다는 김태형(34)씨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서 의미가 더 크다"며 "이번만큼 추도식을 편하고 기쁜 마음으로 찾은 적이 없다"고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추도식이 시작하기 한 시간 전인 오후 1시께, 봉하마을 도착 1㎞전부터 차가 막히기 시작했다. 묘역으로 향하는 길이 좁은 탓도 있다. 하지만 버스 옆에는 기다리다 못해 걸어가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과 차의 행렬은 긴 뱀처럼 이어져 있었다. 추모객들이 주차한 차로 인해 마을로 들어가는 주변 곳곳은 주차장으로 변해있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번 추도식을 찾았다는 방증이다.

기자들도 기다리다 못해 버스에서 내려 걸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걸어가는 사람들은 검은색 옷으로 추모의 의미를 되새겼지만,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이들도 많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이 추모를 위해 모였다. 연인들은 손을 꼭 잡고, 어린 아이를 둔 부모들은 유모차를 끌고 삼삼오오 행사장으로 이동했다.

봉하마을 진입로에는 '노무현의 이름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깨어있는 시민의 승리를 보여드립니다'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사물에 불과한 현수막이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듯,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주최 측인 노무현 재단에 따르면 일반조문객을 위한 2000여석의 자리가 준비됐지만, 이날 추도식 행사장을 찾은 7000여명(주최 측 추산)을 맞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에 추도식장을 둘러싼 야트막한 언덕 위 풀밭에 앉아 추도식을 지켜보는 시민들이 셀 수 없이 많았다.

오후 2시께 추도식이 시작하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영상이 나오자 시민들은 조용히 육성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그의 뜻에 공감하는 표시로 박수를 보냈다. 특히 그의 대통령 취임사 중 일부였던 "우리 아이들에게는 정의가 승리하는 역사를 물려줍시다"는 부분에서 시민들은 박수갈채를 보냈고 "비굴한 정치인은 되지 않겠다"는 부분에서는 맞장구가 터져 나왔다.

임채정 전 국회의장이 추도사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참석자들은 숙연해 졌다. 임 전 의장이 "대통령님, 당신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친구 문재인이 대통령이 됐다"고 말을 할 때는 참석자들이 일제히 환호하기도 했다. 임 전 의장이 추도사를 읽어 내려가는 사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솟아오르는 감정을 감추지 못해 연신 눈물을 훔쳤다. 문 대통령 역시 감정을 추스르기 힘든 듯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굳게 입술을 다문 채 추도사와 도종환 의원의 헌정시를 들었다. 가끔 고개를 들어 부엉이바위 쪽을 응시하는 듯도 했다.

이윽고 문 대통령이 추도사를 할 차례. 문 대통령은 '문재인, 문재인'이라는 시민들의 연호를 10여 차례 받으면서 연단에 올랐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듯 담대한 표정의 문 대통령은 준비해온 추모의 글을 담담히 읽어 내려갔다.

문 대통령이 추도사에서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임기 동안은 가슴에만 간직하겠습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참석하는 것은 마지막일 것입니다"고 말하자 시민들은 그 결정에 아쉽다는 듯 낮게 탄식을 터트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립니다"고 말하자 시민들 역시 문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듯 박수로 화답했다.

엄숙했던 추도식장 분위기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장남 노건호씨의 추도사 순서에서 다소 풀어졌다. 삭발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는 이날 "개인적인 해명의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말문을 열면서 "최근 심하게 탈모 현상이 일어나 본의 아니게 속살이 보이게 됐다. 전국 탈모인들에게 위로의 말씀 드린다"고 해 관중석의 웃음을 자아냈다.

건호씨는 이어 "이 감격과 회한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알기 어렵다"며 "아버님이 살아계셨다면 오늘 같은 날엔 막걸리 한 잔 하자고 했을 것이다. 아버지가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날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표현하는 대목에서 권양숙 여사는 다시 손수건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문 대통령은 회한의 감정에 북받친 듯 붉어진 얼굴로 건호씨가 퇴장하는 모습을 응시했다. 문 대통령은 자리로 돌아온 건호씨와 손을 맞잡고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추도식 마지막에 참석자들은 일어서서 손에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불렀다.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를 비롯한 각 당 지도부가 모두 노래를 함께 불렀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함께 노래를 불렀으나 자유한국당 박맹우 사무총장은 부르지 않았다

오후 3시15분께 추도식을 마친 뒤 문 대통령 내외와 유족, 각 당 주요 정치인들은 헌화를 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이 잠든 너럭바위 앞으로 이동했다. 이들은 숙연한 모습으로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상당수 시민들 역시 추도식이 끝났음에도 바로 자리를 뜨지 않고 주최 측이 나눠준 흰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묘역을 참배하기 위해 차례대로 긴 줄에 섰다.

추도식 인파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경찰에 따르면 작년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계자는 "올해는 2만5,000명에서 3만 명이 방문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그보다 더 많이 왔다"며 "정확한 추산은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시민들은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를 보자 "안철수 화이팅", "힘내세요"를 외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하지만 "대통령하고 싶어서 사드당론 바꿨냐"고 따지는 등 질타의 목소리도 있었다.

한편 예년과 달리 전체적으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이날 추도식에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대표가 모두 참석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해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이해찬 의원(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지도부는 물론 현직 의원 70여명이 총출동해 추도식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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