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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마지막 곡 끝나자 ‘못 폭탄’ 쾅… 사상자 대부분 10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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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달 만에 또 소프트테러/2만여명 수용 경기장서 발생/너트·볼트 등 파편에 아비규환/2005년 런던 테러 후 최대 참사/외신 “테러범 여러명일 수도”/6월 조기총선 선거운동 중단

22일(현지시간) 영국 맨체스터 아레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대부분 미국 팝스타의 공연을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10대들로 알려졌다. 이들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공연이 끝난 후 폭탄이 터지면서 경기장을 빠져나가다 봉변을 당했다. 영국 정부가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한 가운데 자살폭탄 테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계일보

영국 경찰들이 22일(현지시간) 폭탄 테러가 발생한 맨체스터 아레나 앞 도로에서 사건 현장을 빠져나온 사람들에게 폭발 당시 상황과 용의자를 목격했는지 등을 묻고 있다. 맨체스터=AP연합뉴스


◆‘못 폭탄’에 전쟁터된 콘서트장


이날 오후 10시30분쯤 발생한 폭발로 맨체스터 아레나는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목격자들의 증언을 인용해 “폭발음이 들리자마자 너트와 볼트, 못 등이 여기저기로 날아갔다”며 “비명 소리가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진 아이들도 많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BBC방송도 관중들은 피투성이가 되거나 극심한 공포 속에 비명을 지르며 경기장을 벗어나기 바빴다고 전했다. 앤드루 시니어(41)는 “아내와 두 딸이 콘서트장에 있다가 파편에 다쳤다”며 “아이들이 많이 희생됐다고 해서 마음이 아프다”고 전했다.

스카이뉴스는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콘서트인 까닭에 친구들끼리 공연장을 찾은 10대들이 주로 희생됐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콘서트장을 찾은 어린 자녀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글이 쏟아졌다. 파울라 로빈슨은 트위터에 “혼자 콘서트장을 찾은 아이들을 모아서 인근 호텔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다”며 “아이들에게 빨리 연락해보라”고 전했다. 6세 조카와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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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스타에 열광하고 집에 가는 10대들 겨냥”

영국 경찰은 콘서트가 끝난 직후 관객들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경기장 매표소 인근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확인했다. 공연을 즐긴 10대 관객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맨체스터 아레나 인근 ‘대성당 정원’에서 범인이 원격으로 폭발물을 터뜨렸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CNN은 한 남성이 자살폭탄 테러를 자행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외신은 테러범이 여러 명일 수 있다고 전했다.

1995년 문을 연 맨체스터 아레나는 2만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경기장으로, 롤링스톤스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 표도 오래전에 매진됐다.

경기장 인근 빅토리아역은 하루 100만명이 오갈 정도로 규모가 큰 지하철역이다. 경찰은 테러 직후 빅토리아역 인근을 봉쇄하고, 지하철 운행도 일시에 중단했다. 영국 정부는 테러 경보 수준을 두 번째로 높은 ‘심각’ 단계로 높였고, 경찰 테러대응 전담팀과 정보국인 MI5를 수사에 긴급 투입했다.

◆두 달 만에 또 소프트테러… 영국 ‘패닉’

영국은 슬픔에 잠겼다. 지난 3월2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다리에서 차량 테러가 일어날 지 두 달 만에 10대를 겨냥한 소프트테러가 발생한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5년 7월7일 발생한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 이후 영국에서 일어난 최대 테러 사건이라고 전했다. 당시 이슬람 극단주의자가 출근시간대에 벌인 폭탄 테러로 52명이 사망했다.

다음달 8일 조기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도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고 한목소리로 애도를 표했다. 테리사 메이 총리는 희생자와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다며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도 트위터에 “희생자와 가족에 위로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날 무대에 선 그란데는 트위터에 “가슴이 찢어진다.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너무너무 미안하다”는 글을 남겼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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