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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TF현장] '박근혜 재판' 본 방청객, "한심"vs"마음 찢어져" 극과극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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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왼쪽)이 23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592억여원의 뇌물혐의에 대한 첫 번째 공판에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함께 출석해 피고인석에 착석해 있다. /서초=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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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서초=서민지 기자]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보고 나온 방청객들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렸다. 구속 수감된지 53일 만에 모습을 나타낸 박 전 대통령을 보고 "마음이 찢어진다"는 시민들이 있는 가 하면,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한 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사법부의 공정한 재판을 바란다"고 단호하게 대처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뇌물 공여 혐의로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으며, 약 3시간 만에 종료됐다. 5번 법정 출입구는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모여든 시민들과 취재진으로 붐볐다. 일반 방청권은 자리가 한정돼 지난 19일 추첨을 통해 선발됐다.

재판이 끝난 후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의 표정은 무거웠다. 서울에 온 김에 방청권을 신청했다가 참석하게 된 이남옥(57·여·충남 보령시) 씨는 "'박사모' 분들이 모두 차지하지 않고, '반반(半半)' 채워서 균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가기 위해 왔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 인해 반성해야 할 분들이 오히려 힘을 받는 분위기가 아니여서 정말 다행이었다. 국민의 자격을 가지고 방청석 한 자리에서 소임을 다 한 것 같아서 좋다"고 방청 소감을 밝혔다.

이 씨는 재판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18가지 혐의를 모두 부인하는 태도에 분개하며 "조금이 아니라, 다 부인했다. 참 안타깝고 답답하고 한심했다. 본인이 말하기 보다 주로 변호사가 말하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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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석에 섰다. /서초=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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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최순실 씨가 들어오는데 보기 싫다고 아예 안 보더라. 이제까지 계속 이런 식으로 대통령을 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라면서 "아직 자신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 앞으로 혼자 계시면서 사람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생각의 폭에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충근(50대·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씨 역시 "재판장님이 공정한 상태에서 '백지 재판' 하겠다고 하셨다. 저 역시 법대로, 죄지었다면 죄지은 대로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공정성'을 강조했다.

중학교 1학년 조카의 교육 차원에서 함께 온 장대은(45·성남시 분당구) 씨는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장 씨는 "아이들 체험학습 차원에서 참여하게 됐다. 나중에 커서 역사적인 순간을 복기하면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박 전 대통령이 들어섰을 때 만감이 교차했다. 저도 물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정적으로 치우친 의견이 있지만, 재판장님 말처럼 제 판단은 유보하고 백지 상태에서 증거를 살펴보고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업주부인 김가희(75·여·강서구 방화동) 씨는 재판에 참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우리나라는 법이 완전히 없어졌다. 나라가 '개판'이 된 데 대해 분개했다. 죄없는 대통령을 탄핵해서 죄를 만든다는 사실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부끄러워 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못한다. 깡통 나라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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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첫번째 공판을 마친 후 호송버스로 이동하고 있다. /서초=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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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씨는 이번 재판 과정에 대해 "죄는 하나도 없는데 검사들이 신문의 기사를 보고 공소사실을 만들어 놨더라. 얼마나 우리나라가 썪었나. 전 박사모가 아니다. 평생 보수 입장에서 그저 조용히 살면서 선거 때 가서 찍기만 했다. 재판부가 빨갱이들 말만 듣지 말고 좋고 나쁜 것 정확히 가려서 확실한 사유로 판결을 냈으면 한다"고 밝혔다.

5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척해졌더라. 마음이 아프다. 힘내서 식사 잘하시고 건강 유지해서 다시 만나길 바란다. 바라는 건 그것 뿐"이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방청권을 얻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법원 주변에서 대기하며 '석방'을 촉구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지지자 150여 명(경찰 추산)은 법원 주변에서 박 전 대통령을 기다리며 "박근혜 대통령님은 죄가 없다" "당장 석방해야 한다" 등을 외쳤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592억 원(실수령액 367억원) 뇌물,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서 직권남용, 문체부 실장 3명 부당 인사 조치, 공무상비밀누설 등 모두 18가지 범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법원에서 자신의 모든 혐의를 부인했으며, 최 씨는 "40년 지켜본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나오게 한 것이 죄"라며 울먹였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 뇌물 사건을 합쳐 재판을 같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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