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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포드, 현재도 미래도 흐릿…가구회사 출신 새 리더가 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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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짐 해킷 포드 신임 CEO가 22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미국의 이른바 빅 3 자동차 회사에서 유일하게 올해 1분기 이익이 감소했으며, 주가는 급락했다. 미래 기술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서도 라이벌에 뒤처졌다.

114년 역사의 포드가 22일(현지시간)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를 전격적으로 자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포드는 그 자리에 가구회사에서 잔뼈가 굵은 짐 해킷을 앉혔지만, 회사의 앞날은 여전히 흐릿하다.

◇ 판매 부진, 자율주행차·전기차 진전 더뎌

포드는 현재의 실적과 장기 전략 양쪽에서 의문이 제기됐다.

필즈가 CEO로 일했던 지난 3년간 포드의 주가는 37%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라이벌인 GM의 주가는 10% 남짓 하락했으며,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상승하고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미국 자동차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부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포드는 1분기 자동차 부문의 세전이익이 43% 감소했다. 반면 GM과 피아트크라이슬러는 이익이 늘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이 최고의 호황을 누린 2015년과 2016년에는 포드도 차를 많이 팔았다. 포드의 글로벌 연간 판매 대수는 600만대 정도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 사이트 오토트레이더의 칼 브라우어는 "(GM CEO) 메리 바라는 단기 또는 장기적으로 가망이 별로 없는 사업 부문은 정리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 (포드보다) 더 인상적인 실적을 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말했다.

포드는 올해 판매 대수가 줄었으며 마진도 압박을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운수(차량공유) 등 3대 미래 분야에서도 GM에 뒤졌다는 것이 FT의 분석이다.

GM의 대중 장거리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는 이미 미국과 한국 등지에 출시됐지만, 포드는 몇 년 뒤에야 이런 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GM은 올해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을 시작할 예정이지만, 포드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율주행 차량을 2021년까지 만들겠다고 선언만 했다.

또 GM은 2015년 차량공유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일찌감치 투자하고, 지난해 미국에서 메이븐이라는 공유 서비스를 시작했다.

포드는 GM보다 뒤늦게 지난해 미니버스 공유 스타트업 채리엇을 인수했다.

포드의 주가 하락에 낙담한 한 주주는 "포드가 (새로운 기술 개발을) 충분히 하지 않고 있거나,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말했다.

포드의 최근 주주총회에서는 주주들의 반란이 일어났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창업자 가문이 아닌 주주들의 과반이 헨리 포드의 후손들에게 2% 미만의 지분으로 5분의 2의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폐기하자고 투표했다.

연합뉴스

22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포드 이사회 의장 빌 포드(오른쪽)와 짐 해킷 신임 최고경영자 (EPA=연합뉴스)



◇ 가구회사 20년 경력 신임 CEO에 투자자들 물음표

포드의 새 보스인 해킷은 62세로,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가구회사에서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대형 사무용 가구 회사인 스틸케이스를 20년간 이끌면서 회사를 글로벌 선도기업 위치에 올려놨다.

그는 칸막이 구조의 사무실을 열린 형태로 바꾼 선구자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의 사무실을 새로 디자인했다는 말을 듣는다.

미시간대 미식축구팀에서 선수로 뛰었던 그는 모교의 체육 부문을 맡아 큰 성과를 내기도 했다.

해킷은 지난해부터 포드의 자율주행차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포드 스마트모빌리티에 1년 넘게 있었을 뿐, 이전에는 자동차 분야의 경영 경험이 없다.

이 때문에 업계의 애널리스트들은 해킷이 포드가 고전하는 전통적인 사업 부문을 탈바꿈시킬 수 있는 적임자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다만 항공기 제작사 보잉 출신의 앨런 멀랠리가 2006년 포드를 맡아 파산의 수렁에서 건져낸 적이 있다.

포드의 주가는 CEO 교체를 발표한 이날 2.1% 오른 11.10달러에 마감했다.

FT에 따르면 해킷은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주가에 집착하지 말라고 했다"면서 "주가는 사업을 성장시키고, 체질을 향상하는 것에 대해 시장이 믿는 것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나는 전자보다 후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킷은 포드 이사회 의장으로 창업자의 후손인 빌 포드의 가까운 친구다. 그는 포드의 장기적 계획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애널리스트들은 말한다.

포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빨리 움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속도가 필요하다"면서 새로운 CEO가 "강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킷은 실적을 개선하라는 주주들의 압력과 신기술의 위협 속에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는 일 사이에서 균형을 힘들게 잡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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