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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하루는 人事, 하루는 업무지시… 진보진영 요구 속속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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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정책감사]문재인 대통령 ‘적폐청산 드라이브’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감사를 지시하면서 과거 정부와 관련이 있는 ‘적폐 청산 드라이브’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검찰 개혁과 국정교과서 폐지 등 구(舊) 야권과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 등이 전 정부에서 요구했던 사항을 연이어 처리하고 있다. 사실상 ‘적폐 청산 리스트’ 공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 文의 무기, ‘인사권’과 ‘업무 지시’

문 대통령은 인사권과 업무 지시를 통해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취임 둘째 날인 11일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임명으로 검찰 개혁의 메시지를 던졌다. 또 ‘돈 봉투 만찬’ 파문이 불거지자 청와대는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에 지시하고, 곧바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카드로 검찰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윤 지검장의 임명에 대해 “최순실 게이트 추가 수사 및 관련 사건 공소 유지를 원활히 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최순실 게이트 재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여기에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을 결정했다. 또 후보 시절 국가정보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폐지를 약속한 문 대통령은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 인선으로 국정원 개혁의 확고한 뜻을 드러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인사는 대통령이 행사할 수 있는 고유 권한이자 최대 권한”이라며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한 것은 업무 지시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한 것은 인사를 통해 뜻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월권 논란’을 피하면서 동시에 국민에게 “정권이 바뀌니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의도로 보인다. 개혁에 대한 반발을 여론의 지지로 돌파하겠다는 뜻도 담겨 있다.

여소야대의 국회 상황으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한 사항들은 청와대가 일방적으로 속도를 낼 수 없다는 점도 고려됐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국회에 매달리기보다 청와대가 할 수 있는 것부터 처리하겠다는 자세다.

○ 다음 타깃은 ‘방송 개혁’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는 19일 회동에서 “검찰 개혁, 국정원 개혁, 방송 개혁을 국회에서 논의한다”고 합의했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의 첫발을 뗀 상황에서 다음 대상은 방송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MBC 주관 토론회에서 “미안하지만 MBC가 심하게 무너졌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청와대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동안 MBC에서 해직된 기자, PD들의 복직이 방송 개혁의 상징적 장면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방송 개혁에는 문 대통령의 양대 칼인 인사권과 업무 지시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청와대 관계자는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해직 기자, PD들에 대한 인사 조치를 대통령이 할 수 없고 MBC 수뇌부도 교체하기가 어렵다”며 “결국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구의 인선과 순차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개혁을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재조사, 방위산업 비리 재수사 등도 적폐 청산 리스트 대기 목록에 올라 있다. 여당 관계자는 “개혁 드라이브의 대상은 이미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여러 차례 언급했던 이슈들”이라며 “연말까지는 개혁 드라이브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지지를 끌어올려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와 개헌 국민투표를 마무리한 뒤 장기적인 정책 과제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청와대와 여당의 복안이다.

한편 청와대는 새 정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합법화를 추진하기로 했다는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김수현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현 정부가 출범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한 번도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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