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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뉴스분석] '북극성 2형' 실전배치 발표가 갖는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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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액체 ‘투 트랙 체제’ 구축 … ICBM 개발 속도내는 北 / 고체 연료 엔진으로 발사시간 단축… 한·미 연합 ‘킬체인’ 위협 회피 시도 / 탄두 장착 카메라로 찍은 영상 공개… “대기권 재진입 기술 이미 보유” 주장 / “엔진 2∼3개 묶어 ICBM 만들 가능성”… 美 본토 공격 능력 확보 빨라질 수도

세계일보

북한이 지난 14일 액체연료 엔진을 사용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를 쏘아올린 지 불과 일주일 만인 21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 2형 시험발사에도 성공하면서 미사일 개발에 있어 고체·액체 ‘투트랙 체제’를 확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체연료 엔진을 탑재한 MRBM의 연내 실전배치와 대량생산도 예상된다.

여기에 북극성 2형과 화성-12를 기반으로 로켓 엔진의 기술적 신뢰성을 검증한 북한은 향후 미국 본토를 겨냥한 사거리 1만㎞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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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신문은 22일 ‘북극성 2형’ 발사 직후 군 관계자들과 함께 웃으며 기뻐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가시화된 고체·액체 ‘투트랙 체제’

김정은 체제에서 탄도미사일 개발 전략의 가장 큰 특징은 고체연료 엔진 개발이다. 이는 실질적인 대미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노림수였다. 탄도미사일의 전략적 억제력을 높이려면 고체연료 엔진이 효과적이다.

액체연료 엔진은 연료 주입 등 발사 준비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돼 한·미연합 선제타격 개념인 킬체인(Kill Chain) 위협에 노출되는 한계를 보여왔다. 킬체인을 피하기 위해 북한은 터널 등에 탄도미사일 발사차량(TEL)을 숨겼다가 기습 발사하는 전술을 사용했지만 이마저도 한·미 정보당국의 감시망을 따돌리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고체연료 엔진은 발사 준비에 5분밖에 걸리지 않아 기동성, 생존성이 액체에 비해 훨씬 높다.

이 같은 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은 스커드, 노동, 무수단 등 기존 액체연료 엔진 일색인 전략군 구조를 고체연료 엔진으로 개선할 것으로 점쳐져 왔다. 결과적으로 이번 북극성 2형의 시험발사 성공은 화성-12와 함께 고체·액체 ‘투트랙’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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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TV가 22일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탄두부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신했다고 공개한 지구 모습. 영상에 노출된 지역은 서해 위성발사장이 위치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접 지역인 황해남도 옹진반도 일대로 추정됐다. 연합뉴스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 완성도 높여

이번 발사에서도 관전포인트는 과연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느냐에 맞춰졌다. 이를 의식한 북한은 미사일 탄두에 장착된 카메라가 촬영한 지구의 모습을 공개하며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확립됐다고 주장했다. 이전보다 재진입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일 수 있다.

앞서 미국 NBC 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 관리 2명의 말을 인용,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KN-17(화성-12) 미사일의 시험발사 당시 재진입이 통제된 상태로 이뤄져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탄두가 전소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22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우리가 쏜 로케트에서 지구를 쭉 내려찍은 것을 보니 정말 기분이 좋다, 온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인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소개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의 구도로 볼 때 북극성 2형이 최대 고도에 도달했거나 하강 단계에 접어들 때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 개발 과정에서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국내외의 평가를 실증적 증거를 통해 반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은 재진입체가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표면이 골고루 깎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아 바다에 떨어진 재진입체를 회수·공개하는 등의 조치 없이는 북한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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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신문은 22일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지상대지상 중장거리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을 전날 성공적으로 시험발사했다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부대 실전배치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궤도형 발사차량에서 화염을 내뿜으며 공중으로 솟구치는 북극성 2형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고체 ICBM 개발 가능성

북극성 2형이 실전배치되면 북한은 이를 기반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ICBM 개발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핵보유국들은 발사준비 시간 단축과 기동성 향상 등을 고려해 고체연료를 쓰는 ICBM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북한 역시 북극성 2형의 엔진을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통해 1단 추진체를 만들어 고체연료 엔진 ICBM 개발을 시도할 것이란 얘기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클러스터링을 하려면 엔진의 신뢰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북극성 2형의 신뢰성·안정성은 작전배치를 넘어 ICBM으로 가는 길”이라며 “북극성 2형의 엔진 2~4개를 클러스터링해 ICBM 1단 추진체를 만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화성-12도 같은 방식으로 ICBM을 만들 경우 고체·액체 ICBM 개발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여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확보하는 시점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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