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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전교조 재합법화 논란…교육계 "무리한 추진은 또다른 분란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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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법외노조 철회 방침 담은 여권보고서 파문

법 개정 대신 행정명령 철회 등 세부 방법론도 거론

학부모단체, "재합법화는 법과 원칙 따라야" 반발

교총도 "무리한 추진은 반대. 대법원 판결 기다려야"

전교조, 27일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합법화 촉구키로

전문가, "무리한 재합법화 또 다른 논란 부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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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재합법화 추진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작성한 보고서에 '전교조 재합법화'가 상당한 우선순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본지 5월 22일자 1면,8면>

당장 청와대는 "논의하거나 구체적으로 협의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그걸로 논란이 가라앉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전교조가 현 정부에 '법외노조 철회'를 계속 압박하고 있는데다, 일각에선 법개정이 아닌 '행정명령만으로 가능하다'는 해석까지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측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 4월 전교조가 포함된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의 공약 검증 과정에서 “임기 초반에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교육계에서는 현 정부가 법과 원칙에서 벗어난 방식으로 무리하게 전교조 재합법화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전교조는 해직 교원도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규약을 바꾸라는 고용노동부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아 2012년 10월 법외노조 통보를 받았다. 이에 전교조가 곧바로 행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지만 2014년 1심에 이어 2016년 2심에서도 패소했다. 또 2015년 5월 헌법재판소도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본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판정했다. 현재 대법원 판결만 남은 상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전교조가 스스로 규약을 바꾸지 않을 경우 재합법화 방안은 ^대법원 승소 ^교원노조법 개정 ^법외노조 통보철회 등이 거론된다"며 "하지만 대법원에서 1,2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많고, 법개정도 논란이 많아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교조 역시 스스로 규약을 바꿀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국제사회의 기준에 따라 해고자도 노조원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1996년 김영삼 정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하던 당시 OECD 이사회가 요구한 '해고ㆍ실업자의 노조가입 허용''교원의 단결권 보장' 등을 조건부로 받아들였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하지만 해고자나 실업자의 교원노조 가입 허용을 막는 교원노조법 2조는 계속 유지돼왔다.

이렇게 되면 결국 고용노동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철회하는 방법만 남는다. 여당에서도 이 방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기간 문재인 캠프에 참여한 한 관계자도 “고용부에서 내린 행정명령을 철회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전교조 법외노조화 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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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교육계에선 상당 수준까지 법률적 판단을 거친 사안을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뒤집는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전교조 재합법화를 추진하기 전에 국민 여론부터 수렴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전교조 활동이 교육적인 것인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다"며 "전교조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합법화는 법과 원칙, 국민적 상식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도 “전교조의 법외노조화는 법에 따라 판단한 것이고,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는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정부가 자의적으로 이를 뒤집는다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며 "대법원 판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교조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국민 여론도 변수다. 한국갤럽이 전교조 법외노조화 1심 판결이 내려진 지난 2014년 6월, 국민 100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교조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는 ‘좋다’는 응답이 19%에 불과한 반면 ‘좋지 않다’는 48%에 달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전교조는 오는 27일 서울대학로에서 창립 28주년 기념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고 법외노조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참여연대 등도 가세하며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세다.

전문가들은 무리한 전교조 재합법화가 자칫 또 다른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수는 “법이나 규약 등의 상황이 바뀌지 않았는데 정부가 행정명령을 번복한다면 이를 문제 삼아 또다른 법적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며 "가급적 정부와 전교조 사이 관계를 개선하면서 제도 안에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윤서ㆍ정현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남윤서.정현진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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