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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빌 게이츠가 주목한 분야는 AI·에너지·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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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빌 게이츠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CEO열전-12] 지난 15일 빌 게이츠는 트위터에 무더기로 글을 올렸다. 오는 25일 하버드대 졸업식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인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많았다. 올해는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하버드대 졸업 축사를 맡지만 게이츠도 이 행사에 관심이 많다. 두 사람 모두 창업을 위해 하버드대를 중퇴한 공통점이 있다.

게이츠는 트위터에 스티븐 핑커 하버드대 철학 교수가 쓴 '우리 천성 속에 있는 더 좋은 천사들, 왜 폭력은 줄었는가'라는 책을 소개하며 미래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핑거 교수에 따르면 비명이 나올 만한 사건들이 신문 톱 기사로 다뤄지고 있지만 우리 시대는 인류가 존재했던 어떤 시대보다 덜 잔인하고 폭력적이며 더 평화롭다. 이는 의미 있는 일이다. 세계가 좋아지고 있다면 여러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진보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가 올린 트위터 글에서 이 부분보다 더 많이 인용된 부분은 미래 유망 분야에 대한 내용이었다. "내가 대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인공지능(AI)과 에너지, 생명공학을 공부하고 싶다. 여러분도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공부했으면 한다. 앞으로 인공지능과 에너지, 생명공학에 박식한 지식 노동자가 모든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될 것이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선두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IT를 쏙 빼놓고 다른 분야를 추천한 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세상을 주도했던 IT의 역할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2월 파이낸셜타임즈(FT)와 가진 인터뷰에서 'IT 버블론'까지 제기했다. IT에 매달리는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창업 초기 기업) 투자가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게 요지였다. IT 기업에 엄청난 투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을 경고한 인터뷰였는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현재 진행되는 첨단 산업의 흐름을 보면 그의 안목이 정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공지능과 에너지, 생명공학은 게이츠가 추구하는 세상을 앞당기는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큰 분야다. 인공지능이 인간 일자리를 줄일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활용하면 의료와 법률, 금융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인간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IBM의 인공지능 왓슨이 암 진단과 치료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생명공학도 인간 수명을 연장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게이츠가 생각하는 진보를 위한 기술에 속한다.

에너지는 불평등과 환경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이츠가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산업이다. 그는 2009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운영 방향을 제시하며 깨끗하고 값싼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와 인도 등 많은 지역의 빈곤층은 어둠 속에 갇힌 채 에너지가 가져다 주는 혜택과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에너지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지구온난화를 초래한다.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올 지구온난화를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 제로'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 기적 같은 일이지만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 소아마비 백신 등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모두 연구개발과 인간의 혁신 능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지성인이자 최고 기부 천사가 됐지만 사실 그는 타고난 사업가였다.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게이츠는 어린 시절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다. 알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독서량도 엄청났다.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책을 읽었다고 한다. 중학교에 입학해 컴퓨터를 접하고는 프로그램 만드는 일에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때는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을 만나 교통량 분석 프로그램을 개발해 팔기도 했다. 앨런은 게이츠의 두 살 연상으로 당시 대학생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이 돈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두 사람은 1975년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초기에는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1990년 윈도3.0이 공전의 히트를 치고, PC 판매가 급증하면서 세계 최고 갑부가 됐다. 컴퓨터 운영체제(OS) 시장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그는 뛰어난 수완을 보였다. 시장 독점으로 눈총을 받았던 게이츠는 2000년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설립한 것을 계기로 사회사업가로 변신했다. 수백억 달러를 기부하는가 하면 자녀에게 재산을 상속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전 세계 소외계층을 돕고 지구환경을 개선하고 불평등을 줄이는 활동을 하며 그는 이윤 창출을 초월한 가치를 발견했다. 열아홉 살 때 사업을 시작해 이제는 환갑을 훌쩍 넘긴 그는 단지 돈이 되는 기술이 아닌 인류를 위한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과 생명공학, 에너지가 있는 것이다. 그가 희망한대로 이들 분야에서 제2, 제3의 빌 게이츠가 나온다면 세상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장박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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