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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美 10분의1 회계감사 수수료…韓증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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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日 상장사 감사보수 비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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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주요 기업 간 회계감사 보수 차이가 기업 자산가치와 국가 소득수준을 감안해도 최대 10배까지 차이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와 한국전력은 비교 대상 미국 기업의 10분의 1 수준이었고, 국내에서 감사에 가장 많이 신경 쓴다는 삼성전자도 애플의 68%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지나치게 낮은 국내 기업 감사 보수로 인해 감사의 질이 떨어지고 기업 실적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주가 저평가 문제가 해소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로는 부실 감사로 이어져 '제2의 대우조선' 사태가 나타나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을 떨어뜨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매일경제가 한국공인회계사회에 의뢰해 한·미·일 주요 기업 상장사 작년 기준 사업보고서로 감사보수 수준을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가장 감사보수가 높은 곳은 삼성전자로 연간 37억원으로 나타났다.

비교 대상으로 꼽히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은 작년 168억원을 지급했다. 2015년(112억원)보다 56억원을 올려 지급했다.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감사보수를 동결한 것과 대조된다. 이에 따라 작년 기준 애플의 감사보수는 삼성전자보다 4.5배 많았다.

작년 미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한국의 2.1배인 점, 애플이 삼성보다 자산이 124조원 많은 것을 감안해도 삼성전자의 감사보수는 애플의 68%에 불과했다. 애플 주가는 올 들어 지난 18일까지 31.7% 올랐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24.1%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실적과 주주 환원 정책이 주가에 영향을 주지만 투자 결정의 기초가 되는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2015년 18억원의 감사보수를 작년 17억원으로 오히려 줄였다. 미국 자동차 기업 GM은 같은 기간 감사보수를 5억원 올렸다. 작년 기준 현대차 감사 보수 수준은 국가별 소득 수준과 자산 규모를 고려했을 때 GM의 13% 수준에 그쳤다.

국내 최대 은행인 KB국민은행과 미국의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비교해봤더니 자산 규모가 307조원인 국민은행의 감사보수는 20억원으로 BoA 감사보수의 46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자산·소득 격차를 따져 실질 감사보수를 비교해도 국민은행 감사보수는 BoA의 40%에도 못 미쳤다.

포스코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포스코는 일본의 대표 철강사 신일본제철보다 자산 규모에서 2배 크지만 오히려 감사보수는 신일본제철이 3배 많다.

주요 변수를 고려한 실질 보수는 신일본제철의 29% 수준에 그쳤다.

한국전력은 미국 발레로에너지보다 자산 규모가 3배 이상 많은데 명목 감사보수는 6분의 1 수준이다. 자산·소득수준을 따져보면 발레로에너지 감사보수가 한국전력보다 10배 많은 셈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 관계자는 "국내 대표 6개 기업의 감사보수를 해외 주요 기업과 비교해보니 해외 주요 기업의 감사보수가 국내 기업보다 적게는 5배에서 많게는 46배까지 차이 났다"며 "자산 규모와 소득수준을 고려해도 최대 10배까지 차이 나 국내 감사보수가 국제 기준에 비해 심각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낮은 감사보수가 저품질의 감사 서비스로 직결되는 만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광윤 아주대 교수는 "감사보수가 낮으면 투입 인력과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부실 감사의 원인이 된다"며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국내 기업 지배구조 특성상 자유수임제하에서는 회계법인들이 저가 수임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 때까지는 감사인 지정제 확대를 통해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갑을 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며 "파급력이 큰 상장법인이라도 지정제를 확대 도입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기업 감사 투입시간과 인력을 고려하면 이 같은 보수 격차는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있다.

상장사의 한 관계자는 "외국 기업들이 돈과 인력을 많이 투입하기 때문에 이 같은 보수 격차가 나는 것"이라며 "향후 지정감사제와 최저 감사보수 기준이 도입되면 자연스레 해결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용어 설명>

▷ 감사보수 : 기업이 작성한 재무제표에 대해 회계법인이 감사를 이행하고 받는 수수료. 상장사와 일정 자산 규모 이상 법인은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회계법인의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문일호 기자 / 전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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