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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스파받는 요즘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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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수열 씨(가명·49)는 1~2주에 한 번 퇴근 후 호텔 스파를 찾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1시간가량 스파를 받고 나면 누적된 스트레스가 한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김씨는 "과거에는 '남자가 무슨 스파를 받아'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한번 받고 난 뒤로는 스파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파를 이용하는 남성이 많아졌다.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포미족'과 외모 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콘래드 서울에 따르면 스파 매장을 방문하는 남성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콘래드 서울이 올해 새롭게 론칭한 프리미엄 스파 멤버십 가입자 성별을 분석한 결과 고가 멤버십(700만원·1000만원) 가입자는 모두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등급에서도 남성 멤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여의도 지역에 직장을 둔 사람 또는 여의도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요 단골 고객"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스파업계 큰손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잡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아쿠아리스 스파'는 남성 전용 상품인 '포 맨 스파 트리트먼트'를 내놓았다. 스팀 샤워로 혈액 순환을 도운 뒤 목, 어깨, 허리 등을 마사지해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더 리버사이드 호텔도 남성 전용 24시간 스파·사우나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더 리버사이드 호텔 '더 메디스파'의 레스토랑과 마사지, 세신, 레크리에이션, 미팅룸 등 모든 시설 이용이 가능하다.

스파를 찾는 남성이 많아진 이유는 그루밍족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남성용 BB크림 거래액이 전년 대비 38% 늘었고, 같은 기간 올리브영에서도 남성 메이크업 제품이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남성 화장품 소비 국가 1위로, 관련 시장은 1조2000억원대에 달한다. 이처럼 외모 가꾸기에 지갑을 여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스파를 통해 체형·피부 관리를 하는 이들도 늘었단 얘기다.

유통업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포미족의 확대도 영향을 끼쳤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혼밥, 혼술, 혼행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내 인생은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세대 가치관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박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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