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2 (수)

호텔 스파는 지금, 대한민국 남성 유혹하는 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콘래드 서울 스파. [사진제공 = 콘래드 서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증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수열 씨(가명·49)는 1~2주에 한번 퇴근 후 호텔 스파를 찾는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한시간가량 스파를 받고 나면 누적된 스트레스가 한번에 풀리는 기분이다. 김 씨는 "과거에는 '남자가 무슨 스파를 받아'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지만 한번 받고난 뒤로는 스파의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있다"며 "지인들에게도 피로 회복을 위한 스파 이용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스파를 이용하는 남성들이 많아졌다. 나를 위한 소비에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포미족'과 외모관리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을 뜻하는 '그루밍족'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콘래스 서울에 따르면 스파 매장을 방문하는 남성 고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콘래드 서울이 올해 새롭게 론칭한 프리미엄 스파 멤버십 가입자 성별을 분석한 결과 고가 멤버십(700만원/1000만원) 가입자는 모두 남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등급에서도 남성 멤버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콘래드 서울 관계자는 "최근 '관리하는 남자'가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남자 고객의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며 "여의도 지역에 직장을 둔 사람 또는 여의도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주요 단골고객"이라고 말했다.

남성들이 스파업계 큰손으로 떠오르자 이들을 잡기 위한 업계의 마케팅도 강화되고 있다.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의 '아쿠아리스 스파'는 남성 전용 상품인 '포 맨 스파 트리트먼트'를 내놓았다. 스팀 샤워로 혈액 순환을 도운 뒤 목, 어깨, 허리 등을 마사지하여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는 프로그램이다. 더 리버사이드 호텔도 남성전용 24시간 스파·사우나를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 멤버십에 가입하면 더 리버사이드 호텔 '더 메디스파'의 레스토랑 및 마사지, 세신, 레크레이션, 미팅룸 등의 모든 시설이용이 가능하다.

매일경제

콘래드 호텔의 스파에서 남성고객이 마사지를 받고있다. [사진제공 = 콘래드 서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파를 찾는 남성들이 많아진 이유는 그루밍족 트렌드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오픈마켓 11번가에서는 남성용 BB크림 거래액이 전년 대비 38% 늘었고, 같은 기간 올리브영에서도 남성 메이크업 제품이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남성 화장품 소비 국가 1위로, 관련 시장은 1조2000억원 대에 달한다. 이처럼 외모 가꾸기에 지갑을 여는 남성들이 많아지면서 스파를 통한 체형 및 피부관리를 하는 이들도 늘었단 얘기다.

유통업계 블루칩으로 떠오른 포미족의 확대도 영향을 끼쳤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혼밥, 혼술, 혼행 등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내 인생은 한번 뿐(You Only Live Once)'라는 세대 가치관이 더해지면서 자기 만족적 소비를 추구하는 포미족들이 유통업계에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5-39세 가구의 소비 지출 비중은 64.5%로 절반이 넘으며, 이 중 대부분이 건강, 여행, 자기개발, 레저, 취미 등에 지출을 더 늘리고 싶다고 답했다. '스파는 사치'라고 여겼던 과거의 인식과 달리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남성도 스파 방문을 주저하지 않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박은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