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트럼프 쪽, 대선 도중 최소 18차례 러시아와 접촉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트럼프, “마녀 사냥”이라 반격했으나

러시아와 밀착 사실·정황 속속 나와

연방수사국과 법무부는 이반 심해져

의회에서는 범죄 수사와 탄핵으로 인식



한겨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러시아 게이트’가 정권의 내부 이반으로 번지고 있다. 러시아 게이트를 수사할 특별검사 임명은 법무부와 연방수사국(FBI)이 트럼프의 반발을 딛고 강행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마녀 사냥’으로 비난하며 전면적 대결로 돌아섰다.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러시아 접촉에 대한 구체적 사실들도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트럼프 쪽, 러시아와 18차례나 접촉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의 핵심 인물인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은 2016년 미국 대선 기간 중 마지막 7개월 동안 러시아의 크렘린 쪽과 최소한 18차례 전화와 이메일로 접촉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특히, 이들은 트럼프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이의 사적인 배후 대화 통로 수립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6차례는 세르게이 키슬랴크 주미 러시아 대사와 플린 외에 3명의 전·현직 트럼프 쪽 관리들의 전화 통화다. 플린과 키슬랴크의 대화는 지난 11월8일 이후 급증해 두 사람은 트럼프와 푸틴 대통령 사이의 대화를 위한 배후 채널 수립을 논의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배후 채널은 미국 국가안보체계를 우회하는 것이다. 이런 접촉들은 연방수사국에 의해 녹음돼, 현재 연방수사국과 의회가 조사하고 있는 일부분이다.

트럼프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사냥”

트럼프는 특검 임명이 발표된 다음날인 18일 백악관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러시아 게이트의 특검 임명에 대해 “전반적으로 마녀 사냥이다”며 “나 자신과 나의 캠프는 분명히 러시아와 어떤 공모도 없었다. 그러나 나는 내 자신을 위해서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특검이 “나라를 분열시킨다고 생각한다”며 “이 사안과 다른 많은 일들로 우리는 분열된 나라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해임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 국장에게 수사중단을 요구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아니다”라며 “다음 질문”이라고 넘어갔다.

앞서 그는 이날 오전에 트위터에 “이것은 미국 역사상 한 정치인에 대한 최대의 마녀사냥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클린턴의 선거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어난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특별검사 임명이 없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시엔엔>(CNN)과 <시엔비시>(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이것이 우리가 분열되고, 혼란에 빠지고, 단합되지 않은 나라를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끔찍하게 해칠 것으로 믿는다”고 비난했다.

특검에 대한 트럼프의 이런 비난은 전날의 태도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트럼프는 전날 특검 임명에 대해 “내가 여러차례 언명했던 것처럼, 철저한 수사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은 확인할 것이다”며 “이 문제가 신속하게 결론이 나기를 고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혼돈과 이반의 트럼프 행정부

특검 임명을 계기로 러시아 게이트는 백악관 등 트럼프 행정부에 혼돈과 이반의 쓰나미로 몰아닥치고 있다.

이번 특검 임명은 연방수사국의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트럼프는 특검 발표 30분 전에 이를 통보받았다고 <워싱턴 포스트> 등이 보도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러시아 게이트 수사에서 자신도 관련자로 지목되자, 수사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로즌스타인에게 이양했다.

트럼프는 코미 전 연방수사국장을 해임할 때 로즌스타인의 건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로즌스타인은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그는 트럼프가 코미 해임을 이미 결정해놓고는 자신에게 그에 대한 평가를 가져오라고 하고는 이를 구실로 삼아 그를 해임했다고 반박했다. 로즌스타인은 이 사안을 놓고 사임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로즌스타인은 18일 상원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비공개 브리핑에서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을 발표 하루 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고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이 전했다. 클레어 맥캐스킬 민주당 의원은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코미 국장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기 전에 그가 제거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이는 로즌스타인이 코미 해임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트럼프에 대한 불만과 반격을 표출한 것이다.

로즌스타인의 전격적인 특검 임명을 놓고 백악관과 법무부도 혼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세션스 법무장관도 특검에 대해 전혀 통보받지 못했다.

로즌스타인으로부터 특검 임명을 전격적으로 통보받자, 백악관에서는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이 이 조처에 반격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참모 회의에서 일단 수용하는 성명을 내기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전했다. 쿠슈너는 코미 전 국장의 해임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시엔엔>은 최근 사흘 동안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가 트럼프의 이슬람국가(IS) 관련 기밀 정보 누설, 트럼프의 러시아 게이트 의혹 수사 중단 외압 메모 등의 특종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트럼프와 백악관을 좌절와 혼돈에 빠뜨렸다고 평가했다. 방송은 백악관의 분위기에 대해 “혼돈스럽고 캄캄하다”는 한 참모의 표현을 빌리며, “특검 임명은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사이의 거래에 관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기습공격이며, 이미 포위된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을, 심지어 행정부 안에서도 더욱 제한하게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검 수사는 범죄수사와 탄핵으로’

의회에서는 특검 임명을 계기로 러시아 게이트가 범죄수사와 탄핵으로 번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공화당의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로즌스타인 부장관의 상원 브리핑 뒤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 게이트 수사가 “이제는 범죄수사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저벨>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러시아 게이트 수사 중단을 요구했다는 코미 전 국장의 메모가 사실이라면, 트럼프 탄핵을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런 의원은 공화당 의원들 역시 ‘코미 메모'에 우려하면서 일부는 탄핵을 테이블에 올리자고 말하고 있다면서 “국가를 당 위에 두어야 하며 이번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코미의 기록이나 또 다른 문건들, 녹음테이프 등을 확실히 입수해야 하며, 선서한 증인들도 확보해야 한다”며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모든 사실을 테이블에 올려놓은 뒤 이들 사실이 탄핵의 혐의에 이르는지를 평가하자”고 강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 페이스북] [카카오톡] [위코노미] [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