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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베네수엘라 대통령 "우리는 21세기 유대인"…폭동지역에 군 급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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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 혼란 사망자 43명으로 늘어…국가경제 비상사태 60일 연장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타치라 주 카파초 시에 있는 약탈당한 슈퍼마켓 [AFP=연합뉴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해외에서 일하는 자국 공무원들이 독일 나치 정권 시절의 유대인 취급을 받고 있다고 비유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전날 "베네수엘라 출신 국외 거주자들이 해외에서 근무하는 자국 공무원들을 향해 야유하거나 괴롭히고 있다. 우리는 21세기의 유대인들"이라고 푸념을 늘어놨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전했다.

베네수엘라 출신 국외 거주자들이 소셜미디어에 사진 등을 올려 베네수엘라 국민이 경제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와중에 국외에서 근무하는 베네수엘라 공무원들이 돈을 펑펑 쓰면서 신나게 살고 있다고 억지 주장을 편다는 것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그러면서 최근 우파 야권이 주도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가 주도했던 집회와 유사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회주의 성향의 마두로 행정부는 조직적인 저항을 펼치는 우파 야권을 파시스트로 규정하고 야권이 석유 이권을 노리는 미국의 물밑 지원을 받아 국가를 전복시키기 위한 쿠데타를 일으키려 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야권을 지지하는 이들 반정부 시위대는 마두로 대통령 퇴진, 즉각적인 대선 실시, 정치범 석방,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외국 원조 수용, 국회 자치권 존중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초부터 7주째 반정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계속된 반정부 시위로 이날까지 43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됐다. 이는 2014년 반정부 시위에 따른 소요 사태 속에 발생한 사망자 수와 같은 규모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그러나 반정부 시위를 연일 생중계하는 영어권 서방 언론의 보도와 달리 사망자 중 상당수는 시위를 구경하거나 약탈 등으로 숨지는 등 반정부 시위 참가자로 직접 간주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날 반정부 시위를 틈타 약탈과 치안 시설에 대한 공격이 발생한 서부 타치라 주로 군대를 급파했다.

전날 밤 콜롬비아 국경과 접한 타치라 주에서는 20곳의 상점을 비롯해 식당과 학교 등이 폭도들에게 약탈당했다. 경찰서 2곳에 방화가 일어났으며, 군부대가 화염병 공격을 받았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국방부 장관은 국영 VTV에 "2천 명의 군병력과 600명의 특수작전 병력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울러 저유가에 따른 경제 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 경제 비상사태를 60일 더 연장했다.

한편 현지 여론조사기관인 인테르라세스가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3일 사이에 1천580명을 상대로 설문한 결과, 70%가 야권이 분열돼 있다는 데 동의했다고 관영통신 AVN이 최근 보도했다.

야권을 대표할 만한 강력한 지도자가 없다는 의견에는 60%가 동의했다.

또 '야권이 마두로 대통령 축출에만 관심이 있고 경제문제를 해결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2%가 동의했다.

59%는 야권이 국가의 복지 대신 대통령 권력 확보만 생각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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