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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여성혐오·조현병 환자…‘강남역 사건’ 살인 동기 논쟁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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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선 ‘묻지마 범행’에 무게

경향신문

지난해 5월20일 서울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에 같은 달 17일 일어난 살인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이 모여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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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이 ‘여성혐오 살인’인가 아니면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인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하다. 여성계에서는 이 사건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기반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이 사건을 여성혐오 사건으로 규정하는 것에 조심스러워하며 조현병 환자 김모씨(35)의 ‘묻지마 범죄’로 규정했다. 법원은 조현병의 영향에 의한 피해망상에서 나온 범죄로 봤다.

대법원은 지난 4월14일 김씨에게 살인죄로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부착을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김씨가 ‘길에서 여자들이 앞을 가로막아 지각했다’거나 ‘지하철에서 여자들이 일부러 어깨를 치고 갔다’는 등의 피해망상으로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고 판단했다.

사건 발생 직전인 지난해 5월15일에는 식당 근처 공터에서 담배를 피우다 젊은 여성이 던진 담배꽁초가 신발에 떨어졌다. 이에 따라 법원은 “자신에게 피해를 가하는 여성들로 인한 스트레스와 분노를 해소하고 여성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해당 식당이 있는 건물의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그곳을 이용하는 여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판단했다.

정신감정의는 법정에서 ‘김씨가 여성을 폄훼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신의 의사를 전혀 표현하지 못하고 주눅이 든 채 성장했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김씨는 어린 시절 염색 문제로 아버지에게 혼나자 자기 손등을 담뱃불로 지졌고, 아버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을 당한 적도 있었다.

이에 법원은 “김씨가 여성을 혐오했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 및 망상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피해의식으로 인해 상대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범행의 이유와 관련, ‘여성혐오’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것이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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