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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한국표범 서식지 복원해 한반도로 퍼지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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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짬] 한국표범 국내 도입 협의차 방한, 조 쿡 ‘알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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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쿡 아무르표범 및 호랑이 보전 연맹(ALTA) 대표는 우리나라 동물원에 국제적으로 혈통이 인정된 한국표범을 제공하는 것이 장차 한반도 표범의 서식지 복원에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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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경남 합천군 오도산에서 붙잡힌 1년생 표범은 남한에서 산 채로 붙잡힌 마지막 한국표범(아무르표범)이었다. 1970년대 이후 야생에서 자취를 감춘 한국표범의 복원으로 이어질 의미 있는 사업이 시작됐다. 우리나라 동물원이 한국표범의 국제적 번식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혈통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표범을 기르게 된다. 한국표범 도입을 위한 실무 협의를 위해 방한한 아무르표범 및 호랑이 보전 연맹(ALTA·알타) 조 쿡 대표를 12일 서울동물원에서 만났다. 쿡은 영국 런던동물원에서 12년 동안 사육사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런던에 본부를 둔 국제 민간기구인 알타에서 한국표범과 호랑이의 번식 관리를 총괄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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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의 마지막 서식지에 살고 있는 한국표범. 아무르표범 및 호랑이 보전 연맹(ALT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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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안에 한국표범의 혈통을 이어받은 표범이 한국에 들어올 것으로 믿습니다. 러시아의 서식지가 확대돼 두만강을 넘어 한반도로 확산하는 일이 꿈만은 아닙니다. 이번 도입은 먼 미래에 이뤄질 한반도 표범의 서식지 복원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그는 인터뷰 내내 한국인의 열정과 인내를 강조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란 뜻이다. 야생 한국표범은 러시아 연해주의 북한 국경지대에 있는 서식지 단 한 곳에 약 70마리가 살고 있다. 한때 한반도 전역과 만주, 연해주에 분포했지만 서식지 파괴와 남획으로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고양이과 대형 포유류가 됐다. 한반도가 한국표범의 핵심 서식지였음은 일본강점기인 1915∼1942년 동안 ‘해로운 동물을 제거한다’는 명목으로 잡은 표범이 전국에서 624마리에 이르는 데서도 짐작할 수 있다.

알타는 야생 한국표범의 멸종을 막기 위해 현 서식지의 보전과 과거 서식지의 복원을 주요 목표로 두었다. 서식지 복원은 최근 이 단체가 가장 힘을 기울이는 분야다. 첫 단계는 연해주의 과거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다. “러시아 정부가 새 서식지 복원 사업을 승인했어요. 문제는 그곳에 50마리의 안정된 표범 집단을 어떻게 만드느냐입니다.”

그 원천은 동물원이다. 근친교배를 피하고 유전 다양성을 늘리기 위해 세계의 주요 동물원들은 표범 정보를 교류해 증식에 이용한다. 현재 이렇게 관리되고 있는 한국표범은 모두 232마리로 야생보다 3∼4배 많다.

야생에서는 적은 개체수로 인해 앞발이 희거나 뭉툭한 꼬리로 태어나는 등 열성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동물원의 유전 다양성을 야생에 돌려주는 일이 시급하다. 러시아에 새로 조성되는 서식지에는 세계 각국 동물원의 표범이 동원된다. 연해주 라좁스키 자연보호구역에 반자연 증식센터를 만들고, 각국에서 선발된 성체 암수 표범을 들여와 낳은 새끼는 야생에 방사하고 어미는 원래 동물원으로 돌려보낸다.

문제는 이런 복원에는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점이다. 쿡 대표는 “대안으로 각국 동물원이 반자연 증식장을 자국에 만들어 한국표범 새끼를 얻어 연해주 복원지로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에선 스코틀랜드 고원 공원에서 사업을 시작했고 유럽의 다른 동물원 4∼5곳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장차 한국에서도 한국표범 새끼를 연해주 복원지에 보내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알타서 한국표범 번식관리 총괄
연해주 옛 서식지 복원에 온힘
각 동물원, 자국 증식장 만들어
새끼를 복원지 보내는 방안 추진
“혈통 인정 한국표범 2년내 한국에”

런던동물원에서 12년 사육사로 일해



알타는 이제까지 한국표범을 제공해 달라는 한국범보전기금 등의 요청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연해주에 보낼 개체를 마련하기도 바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최근 긍정적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날 쿡 대표는 지난 연말 시설개선을 마친 서울동물원 표범 우리를 둘러보고 “아주 인상적이다. 표범을 사육하기에 적절한 시설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남은 건 어떤 동물원의 어떤 표범을 (서울로) 옮길까 정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혈통을 과학적으로 인정받는 한국표범은 언제쯤 볼 수 있을까. 쿡 대표는 “분명히 2년 안에 표범이 한국에 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내는 동물원의 사정과 절차를 고려한 기간이다.

그렇다면 어떤 동물원의 표범을 도입하는 게 좋을까. 그는 “내가 코디네이터인 유럽 동물원이 추진 절차 면에선 가장 수월하고 운반 거리상으론 일본이 편하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이항 서울대 교수(한국범보전기금 대표) 등 한국 쪽 전문가는 북한에서 동유럽 동물원에 보낸 표범의 후손을 받고 싶다는 뜻을 알타 쪽에 밝혀왔다. 쿡 대표는 “북한산 표범의 후손은 유럽 전역에 있고 관련 정보를 모두 확보하고 있으니 북한 표범의 후손이 올 수 있는지 평가하겠다”고 답했다. 이날 서울동물원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쿡 대표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한국표범은 유럽보다 유전 다양성이 많이 떨어진다.

북한에선 1993년 야생에서 잡힌 표범 한 마리가 동물원에 수용된 것이 마지막 포획 기록이다. 쿡 대표는 “정보가 불충분하지만 표범 한두 마리가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들락거릴 수는 있다”며 북한에 안정적인 번식 집단이 있을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그는 “러시아에 표범 서식지를 복원한 뒤 그 개체가 중국과 한반도로 확산해 나갈 가능성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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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면 개수한 서울동물원 표범 우리. 철창 같은 기존 우리보다 자연성을 높였고 표범의 복지를 고려했다. 이곳에 한국표범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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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도 표범과 호랑이가 산 적이 없는 서구의 사람들은 범 보전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그 본거지였던 우리나라는 무관심한 편이다. 그는 “표범과 호랑이는 한반도의 생태계뿐 아니라 문화에도 중요한 동물인데 모두 사라진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인의 열정으로 복원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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