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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단독]"문 대통령 남동생도 원양상선 선장이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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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권력자 가족이 실종돼도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할까"

남대서양 실종 스텔라 데이지호 선원 가족대표 정부에 분노

한국인 8명 생사확인도 안됐는데 현장 수색활동 사실상 종료

외교부는 가족 대표에게 고작 카톡 문자로 무성의 통보

"실종 선원들은 생존법 훈련받아 하루빨리 수색 재개를"

중앙일보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가 인터뷰 도중 잠시 땅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다. 김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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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서양에서 침몰된 이후 실종된 ‘스텔라 데이지호(Stella Daisy)’ 선원들에게는 이제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가족 중 남동생 한 분이 원양상선 선장이라고 들었습니다. 실종 가족 중 힘 있는 자가 있고, 실종자 숫자가 많았다면 지난 박근혜 정부가 이렇게 안이하게 대응했을까요.”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천막 농성장에서 만난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38·여·사진)의 어조는 분명했다. 허 대표는 이등 항해사 허재용(33)씨 누나다. 그는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 서울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남대문로에서 다른 실종자 가족들과 함께 8일째 농성 중이다. 옆으로는 '구조를 기다리는 22명의 선원이 있다'고 적힌 현수막이 펄럭였다.

허 대표가 언급한 문재인 대통령의 가족은 남동생 문재익(58)씨로 항해사다. 부산 지역 해운업계에 따르면 문재익씨는 모 해운사 소속 원양상선 선장으로 알려져 있다.

마셜제도 선적 화물선인 스텔라 데이지호는 지난 3월31일 오후 1시20분(한국시간은 오후 11시20분) 남대서양 해역(브라질 산투스 남동방 2495㎞)에서 침몰했다. 배에는 한국인 8명과 필리핀인 16명이 타고 있었지만 사고 직후 필리핀인 2명만 구조됐다. 하지만 수색은 지난 10일 사실상 종료됐다. 가족들은 외교통상부가 역할을 제대로 못 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Q : 수색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하는데.

A : “대선 날인 9일 오전 11시42분 외교부 대책반으로부터 침몰 추정해역서 현장 수색을 벌이던 패리도트호가 5월10일 임무해제 예정이라는 내용의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실종자 가족에게 어떠한 설명도 없이 문자가 달랑 왔다. 나머지 배인 솔라프론티어호 역시 전날(8일) 임무가 해제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부터는 (사고 해역을 항해하는) 통항 선박 위주의 장기수색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즉시 외교부에 연락해 ‘우루과이 해상구조본부(MRCC)에 지속적인 수색을 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선박동원이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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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에게 사실상 수색 종료를 알린 문자메시지. [사진 실종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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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장기수색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

A : “침몰 추정해역을 오가는 선박에 이상한 점이 있으면 신고하라는 식이다. 말이 좋아 장기수색이지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 실종자들이 아무리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벌써 한 달 이상이 지났다. 시간이 없다”




Q : 생존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A : “실종자들은 훈련된 선원들임을 말하고 싶다. 아직 구명벌(life raft) 하나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 구명벌로 탈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명벌에는 생존을 위한 낚시 장비가 들어있다고 한다. 그리도 사고 해역에는 간간히 비가 내렸다. 식수를 마련했을 것이다. 구명벌은 16인승이지만 주위에 끈이 달렸다. 초과된 인원은 이 끈을 잡고 바다로 잠시 들어가 있는 방법으로 적정 승선인원을 맞추는 게 가능하다. 이 같은 생존법은 이미 훈련됐다고 한다. 빨리 현장 수색을 다시 재개해야 하는 이유다.”




Q : 사고 후 전 정부의 대응은.

A : “우리 정부가 직접 투입한 군함이나 초계기 등은 없었다. 사고 추정해역이 멀다는 어처구니 없는 이유에서였다. 사고 초기 미국, 브라질 등 국가의 초계기 등이 지원됐지만 중단됐다. 스텔라 데이지호 선사인 폴라리스 쉬핑에서 제공한 상선으로 수색작업을 벌여왔는데, 이제 이것마저 끊긴 거다. 정부는 인공위성 촬영 역시 수장만 찍었다고 했다 최근 1000장 가량을 촬영했다고 말을 바꿨다. 촬영 위·경도와 실제 촬영된 사진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게 전 정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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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 허경주 공동대표가 인터뷰 도중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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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손 놓고 있었다는 의미인가.

A : “맞다. 실종자 가족들이 요구하기 전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지난달 사고 추정해역 인근에 있는 ‘아라온호를 수색작업에 투입해줄 수 없냐’고 요구했지만 연구 수행을 이유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수소문해보니 아라온호가 구조작업을 벌인 기록을 찾았다. 또 총리에게 보고할 문서 등을 만들려 골든타임을 허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가족(남동생 문재익씨)이 원양어선 선장이라는 말을 들었다. 만일 박근혜 대통령, 황교안 총리 등 힘 있는 권력자의 가족이 실종됐거나 실종자 숫자가 많았어도 정부가 이토록 안이하게 대응했겠나.”




Q : 대통령에게 서한문을 전달한 이유인가.

A : “전날(10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될 서한문을 청와대 민원비서관실 측에 전달했다. 현 정부 1호 서한문이라고 하는데 A4 용지 2장 분량이다. 하루빨리 제대로 된 수색을 요구하는 우리의 절절한 요구가 담겼다. 한국·목포해양대 동문, 시민 1만5000여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도 함께 담겼다. 후보 시절 실종자 가족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준 바 있다. 실종 선원 중에는 필리핀인도(14명) 있는데 필리핀 정부의 대응은 더 엉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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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데이지호 실종자 가족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문. [자료 실종자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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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새로운 문재인 정부에게 할 말이 있다면.

A : “서한문이 전달된 날은 대통령 취임식이 거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취임사로 ‘이웃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겠습니다.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노심초사하는 마음으로 항상 살피겠습니다. 국민들의 서러운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실종자 가족의 눈물을 어서 닦아주시길 간절히 바란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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