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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앵커브리핑] 뒷모습을 보인 이도, 앞모습을 보인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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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자신의 뒷모습을 직접 바라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뒷모습이란 내가 아닌 타인이 바라보거나, 누군가가 찍어놓은 사진 속에서 발견하는 조금은 낯선 풍경.

"세상에 넘치는 거짓과 위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나마 정직하고 겸손할 수 있는 것은 연약한 등을 가졌기 때문이다. 뒷모습을 가졌기 때문이다"

나희덕 시인의 말처럼 사람의 뒷모습은 애써 만들어놓은 표정 뒤에 숨겨진, 감출 수 없는 쓸쓸함이나 무언가를 향한 기다림이 아닌가 싶습니다. 완강함. 초라함. 혹은 두려움 같은 감정들을 고스란히 내보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죠.

어제(9일) 그들은 뒷모습을 보였습니다.

일찌감치 당락이 확실시되었던 시점에 마음을 정한 사람들은 패배를 인정하고 돌아섰습니다.

또한 천천히, 한 명 한 명 수고한 이들에게 손을 내밀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뒷모습도 있었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그들은 강인하게 외쳤던 앞모습보다 패배를 안고 돌아설 때 비로소 인간 아무개의 연약함을 토로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당선이 되지 못했다 해서 지지자와 함께 키워왔던 꿈마저 무너졌다는 의미는 아닐 것입니다.

그들이 실현하고자 했던 나라, 소망했던 것들 역시 우열을 가릴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누가 되었든 실천해야 할 가치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훗날…오늘 뒷모습을 보였던 그들이 다시 돌아와 대중 앞에 서게 된다면, 어제 비 내리는 광장에서 만났던 우비조차 입고 싶지 않았다던 어느 평범한 시민의 이런 절실함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절실함을 이해해야 할 사람은 지금 유일하게 앞모습을 보이며 미래를 말하는 사람…승자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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