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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대선 전야, 성주서 울려퍼진 300번째 평화 메시지···“쓰라린 가슴안고 오늘밤도 이렇게 촛불 밝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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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우겨봐도 사드는 안돼 / 초전 롯데CC도 우리 땅인 걸

-중국의 압박으로 경젠 어렵고 / 서민들은 살기가 더 힘들어요

-사드가라 사드가라 평화여 오라 / 한반도의 평화를 지켜 나가자

-라라라라라라 쓰라린 가슴안고 / 오늘밤도 이렇게 촛불 밝혀요

8일 오후 8시45분쯤 경북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 가요 <개똥벌레> 멜로디가 울려 퍼지자 광장에 모여 있던 150여 명의 군중이 가사를 바꿔 따라부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손에는 작은 촛불이 하나씩 들려 있었고, 편안한 표정으로 무대 위에서 진행되는 자유발언, 시 낭송, 율동, 노래 등의 순서를 즐겼다. 어느덧 300일째 이 곳에서 계속되고 있는 시위이자 축제,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성주 촛불집회의 모습이다.

경향신문

8일 오후 8시 경북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 성주 주민 등 1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300회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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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성주 주민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강행에 반대의 뜻을 전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평화 지킴이’ 등은 오후 8시부터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는 300회 촛불집회를 열었다. 성주 군민들은 지난해 7월13일 정부가 경북 성주를 사드 배치 입지로 발표한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이 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이들은 “새 정부는 반드시 국민의 뜻대로 사드를 철거하겠다는 말을 처음으로 해야할 것”이라면서 “이를 실천할 수 있는 후보를 내일 대통령 선거에서 반드시 뽑자”고 말했다. 여느 때처럼 “미국 사드 미국으로”, “사드가고 평화오라”, “전 국민이 함께해서 생명평화 지켜내자”, “촛불이 평화다, 촛불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자” 등의 구호는 집회가 진행된 2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성주 촛불이 불씨가 되고, 김천 촛불과 원불교도들의 기도가 밑불이 되어 적폐청산의 횃불이 타올랐다”면서 “그 뜨거운 열기 속에 맞이한 지난 1월28일 설날, 엄혹했던 겨울의 끝자락에서 200일째의 촛불을 들면서 우리는 다가올 봄을 의심치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박근혜 없는, 박근혜 정부’가 지속되는 이상한 겨울은 물러가지 않았고, 대한민국의 법이 무장해제 되어버린 소성리에서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대한민국의 땅에서 주민들을 들어내고 끌어내고 고착시켜 길을 터줬다”며 “미군들은 그 땅을 짓밟고 유유히 웃으며 동영상을 찍으며, 불법적으로 공여된 미군기지에 미국사드를 끌고 들어갔다”고 비판했다. 투쟁위는 “사드 장비가 도둑 반입되던 지난달 26일 새벽에도 ‘아직도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촛불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

8일 오후 경북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 열린 사드 배치 철회 촉구 300회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무대 위에 올라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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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성주골프장 인근 마을인 성주 소성리, 김천 월명·노곡리에 거주하는 주민 70여 명은 서울행정법원을 찾아 사드 배치와 관련해 지난달 8일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심리를 지켜봤다. 이후 이들은 광화문을 찾아 사드 배치 철회 운동에 동참해 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다음은 소성리 한 주민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 쓴 편지 전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께>

나는 소성리에 사는 노수덕입니더.

올해 76살이지요.

사드는 무엇에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6.25전쟁 때도 조용하던 동네에

군인들이 몰려와 전쟁을 하듯

몰아부치는 걸 보면 좋은 것 아닌갑소.

더구나 사드가 들어오면

평생 살던 이 땅에서 농사도 못 짓고

내 동네서 더이상 살 수가 없다니

사드라는 게 무서운 것이 분명하요.

전쟁 모르던 우리에게 전쟁이란

이야기를 하도 해서

나한테는 사드가 전쟁인 것 같소.

이 성주참외랑 김천포도 받아주시요.

소성리, 김천서 키운 것이에요.

참 달아요.

내가 배운 건 없어도 농사는 참 잘허요.

우리동네는 참외가 유명하여서

나도 평생 참외를 심었어요.

이 노란 참외를 딸 때면 기분이

참 좋은 걸 보니

나한테 참외는 평화인갑소.

이 참외를 잡숫고

성주땅 소성리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꼭 기억해 주세요.

-2017년 5월 8일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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