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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앵커브리핑] 뒤통수가 뒤숭숭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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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뒤통수가 뒤숭숭했다…"

황석영 작가의 1987년 직선제 대선투표 소감은 이러했습니다.

6월 항쟁으로 인해 약 17년 만에 되찾아온 투표용지…왠지 모르게 사람을 주눅 들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정말로 넣어도 되는 것인지, 마음대로 투표해도 뒤탈은 없을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그날은 마음속 담아둔 생각 하나를 끄집어내는데도 뒤통수를 살펴야 했던 세상.

시민의 손으로 시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것조차 이토록 두려웠던 그 시기를 지나서 유권자의 권리는 이제 숨 쉬듯 자연스러운 삶의 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세상이 나선형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라면,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 같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정치철학이 아닌 선거공학이 난무하는 선거판…. 현실 정치의 어두운 면을 모두 담아냈다던 영화 <특별시민>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처럼…이렇듯 정치가 까만 어둠이라면 그 어둠이 끝내 이길 수 없는 빛은 어디쯤에서 오고 있는 것인가.

저희 JTBC는 작년 4월에 총선을 앞두고 이런 선거구호를 만들었습니다.

"보이는 게 한심해도 투표는 바로 하자"

그렇습니다. 빛은 시민들로부터 오는 것이고 우리의 길지 않은 공화국의 역사 속에서도 시민들이 만들어낸 빛은 어둠을 이겨냈고 그것을 우리는 지난겨울에도 경험했으며 결국 우리의 공화국 앞에 민주라는 단어를 당당하게 붙이게 됐습니다.

그래서 어찌 보면 이 선거구호는 사전투표 첫날인 오늘, 또다시 유효할 것 같아 보이는군요.

87년 그날 어색했던 투표소의 풍경처럼 뒤통수가 뒤숭숭하지 않으려면, 그리고 오히려 '낡은 정치'의 뒤통수를 뒤숭숭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면….

오늘(4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손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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