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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역대급 대선토론회, '양자구도' 허물고 '1강2중' 판세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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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역대급 슈퍼 TV토론]①安 실기, 洪 갈라치기로 상승, 文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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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이끈 주역은 ‘TV토론’이다. 당초 “TV토론은 지지율에 영향을 못 미친다”는 게 여의도 정가의 정설이었다. 토론회 준비에 나선 관계자들도 “큰 변수가 되겠냐”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6번의 TV토론이 끝난 뒤 상황은 다르다.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시점의 판세는 TV토론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토론회가 끝난 직후 3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5월 1주차 정례 여론조사를 보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은 38%,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본격적인 토론회가 시작되기 직전인 4월 1주차 정례 조사에서 문 후보가 38%, 안 후보가 35%의 지지율을 기록해 '양자구도'를 보였던 것과 차이난다. 안 후보는 이제 오히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4%포인트 차이의 추격을 허용한 상태다.

안 후보의 하락세는 지난달 11일 이른바 '단설유치원 자제' 발언 논란으로 여성표가 이탈하며 시작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 흐름에 기름을 부은 게 지난달 13일부터 시작된 토론회였다. 안 후보는 첫 토론회에서 지나치게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19일 2차 토론회에선 "국민이 이깁니다"라고 웃으며 두 손을 번쩍 드는 등의 돌발행동을 했다. 안 후보의 주요 지지층이었던 보수층이 원하는 대선후보의 무게감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평가다.

결정타는 아직도 회자되는 3차 토론회에서 나왔다. 안 후보는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제가 갑(甲)철수입니까", "박지원 대표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등을 말했다. 자신에게 부정적인 용어들을 본인이 직접 거론하는 악수를 뒀다. 정치권 관계자는 "실제로 지역에 나가면 안 후보의 지지를 철회한 분들이 3차 토론회를 많이 거론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후보는 이후 전략을 180도 수정, 웃음기를 뺀 진지한 토론에 나섰지만 반전을 이끌지는 못했다는 평이다.

홍 후보는 말그대로 토론회의 최대 수혜자로 등극했다. 홍 후보의 갤럽 지지율은 4월 1주차 7%에서 5월 1주차 16%로 치솟았다. 그는 5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다자구도를 염두에 둔 듯 이념별 '갈라치기'에 주력했다. 같은 보수진영인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강남좌파", "박근혜 배신자"라고 공격했다. 보수표를 잠식하고 있는 안 후보를 겨냥해서는 끊임없이 '박지원 상왕론', '민주당 2중대'의 공격을 했다. 기습적으로 동성혼 찬반 문제를 꺼내 문 후보의 진보표를 분산시키는 '기술'도 선보였다.

동시에 본인이 '진짜 보수 후보'임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특히 갈 곳 잃은 대구·경북(TK)표를 얻기 위한 전략적 발언이 이어졌다. 존경하는 지도자를 고르라는 질문에 여타 후보들이 세종대왕, 정약용, 정도전 등 정치적 부담이 없는 인사들을 고를 때, 홍 후보는 과감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귀족노조와의 타협은 없다"고 일갈했다. 극단적인 태도였지만, 보수 후보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안 후보와 차별화를 이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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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후보측은 사실상 '청문회'급의 토론회를 거쳤음을 고려할 때, '선방'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평가한다. 안 후보의 실기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승리'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미소'를 보이면서도 네거티브에는 '단호하게' 대응한다는 게 기본 전략이었다. 동성애와 같은 진보담론이나 공약의 재원 문제 등에 명쾌한 답변을 못한 것은 마이너스였지만 무난한 토론을 했다는 평이다. 토론회의 영향력에서 가장 많이 벗어난 후보였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경제 분야의 '달변가'임을 입증했지만, 토론회를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지나치게 공세적인 토론 태도가 후보 본인의 호감도와 연결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여론조사 지지율 상승도 토론회보다는 바른정당 탈당사태에 따른 동정표 효과로 보인다. 다만 마지막 토론회에서 "개혁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말한 게 울림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토론회에서 문 후보가 '속시원히' 말 못한 진보적 담론을 조리있게 설명하며 진보표를 광범위하게 획득했다. 토론회가 거듭될 때마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저력을 보였다. 보수후보들을 향해 "언제까지 대북송금을 우려먹나"라고 외친 것은 '사이다' 어록에 추가됐다.

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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