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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런치리포트]미리보는 5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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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盧·李·朴 '당선첫날+취임첫날'로 보는 '5월 10일'

머니투데이

1987년 헌법 개정 후 6명의 대통령은 12월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60일 남짓의 인수 기간을 거친 뒤 이듬해 2월25일 취임식을 갖고 취임했다. 그러나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상황이 다르다. 대통령 후보는 당선인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대통령이 된다. 과거 당선인이 겪은 60여일의 인수 행보와 취임 첫날의 일정을 하루에 소화해야 한다. 역대 대통령 당선 첫날과 취임 첫날을 엿보면 19대 대통령이 맞이할 ‘5월 10일’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당선인의 공통된 일정은 내외신 기자회견이었다. 첫 대국민 메시지를 전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주요국 대사 면담 일정도 있다. 대통령 취임 첫날은 총리 지명 요청, 주요국 외교 사절 면담이다. 다만 이들은 취임식 참석차 방한한 인사들이어서 이번 대통령과 상황이 다르다.

◇盧대통령 ‘2002년 12월20일+2003년 2월25일’ = 2002년 대선 다음날인 2002년 12월20일. 노무현 대통령은 국립현충원 참배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참배 후 국회 의원회관 대강당으로 이동,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공식 메시지를 전했다. 오전 10시 당사 8층 당선자실에서 새로 경호를 맡게 된 대통령 경호실 요원 30여명으로부터 보고받았다. 이어 김대중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해 당사를 방문한 박지원 청와대 비서실장과 20여분간 환담을 나눴다. 오찬은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한화갑 당 대표, 정대철 선대위원장, 김원기 고문 등 민주당 간부 200여명과 했다. 오후 3시 토머스 허바드 주한미대사를 접견했고 저녁엔 민주당 출입기자단과 만찬을 했다.

이듬해 취임식날도 오전 10시20분 국립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앞에 대통령직의 헌신적 수행을 다짐하는 것으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이어 오전 11시. 국회에서 취임식이 열렸다. 취임식 후 노 대통령은 곧바로 청와대로 이동, 고건 총리 임명동의요청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첫 공식업무를 시작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수석급 비서관과 보좌관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도 가졌다. 오후엔 다시 국회로 이동 취임 경축연회에 참석했다. 곧이어 취임식에 참석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 첸치천 중국 부총리, 알렉 산드르 로슈코프 러시아 외무차관 등 한반도 주변 4강 경축 사절과 연쇄 면담했다. 만찬은 취임식 참석 외빈 등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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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2007년 12월20일+2008년 2월25일’ = 이 대통령은 대선 다음날인 2007년 12월20일 아침 8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이어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대통령 당선 후 첫 기자회견을 가졌다. 염창동 당사에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식 해단식을 가진 뒤에는 주한 미국대사와 주한 일본대사를 잇따라 접견했다. 저녁 늦게 서울 견지동에 있는 안국포럼에서 부시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일은 2008년 2월25일. 이날 새벽 0시에 대통령의 권한을 넘겨받은 이 대통령은 남극세종기지와 합동참모본부를 전화로 연결해 관계자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공식 집무를 시작했다. 오전 11시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이 끝난 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청와대로 들어와 한승수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준 동의 요청안에 서명하는 것으로 대통령으로서 첫번째 결재권을 행사했다. 이 대통령은 곧이어 연쇄 외교 일정에 들어갔다. 후쿠다 일본 총리와 한일정상회담을 갖고 이 대통령의 방일 문제와 한일FTA(자유무역협정) 추진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중국 탕자쉬엔 국무위원도 접견했다. 러시아 주브코프 총리와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도 만났다. 저녁에는 외빈초청만찬과 경축공연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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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2012년 12월20일+2013년 2월25일’ = 박 대통령은 당선 후 첫날인 2012년 12월20일 첫 일정으로 오전 9시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현충탑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묵념한 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이어 새누리당 당사를 찾아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당선 소감과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당선 인사를 마친 뒤 곧바로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지난 강원도 유세 과정 중 교통사고로 숨진 고(故) 이춘상 보좌관과 고 김우동 홍보실장의 납골당을 방문해 고인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오후에는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당선 축하인사차 자신을 예방한 성 김 주한 미국대사, 장신썬 중국대사, 벳쇼 고로 일본대사, 콘스탄틴 브누코프 러시아 대사와 각각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취임 첫날인 2013년 2월25일 0시. 박 대통령의 첫 업무는 정승조 합참의장으로부터 군사 대비태세에 대한 보고를 받는 것이었다. 이날 첫 행선지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 대표와 현충원 안장 유가족, 국가유공자 등 35명과 함께 현충탑에 헌화한 뒤 참배했다.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55분 여의도 국회 취임식장에 도착해 취임선서와 취임사, 이 전 대통령 환송 등 취임식 일정을 소화했다. 취임식은 역대 취임식 사상 가장 많은 7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거행됐다. 박 대통령은 곧바로 2층 집무실로 올라가 전자결재를 통해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재가했다. 박 대통령은 오후 4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취임 경축연회에 참석한 뒤 오후 7시부터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외빈만찬을 주재했다. 만찬에는 퀭틴 브라이스 호주 총독과 고촉통 싱가포르 선임장관 등이 참석했다.

당선과 동시에 취임…19대 대통령 취임식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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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임기가 시작된다. 당선인의 지위를 누리다가 60여일 뒤 거창한 취임식을 갖고 취임하는 과거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취임식을 열지, 연다면 어떻게 할 지도 정하지 못했다. 취임식을 준비해야 하는 행정자치부의 고민도 깊다.

◇대통령 임기 개시는 언제? = 대통령 궐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의 신분이 바뀌는 시점은 당선 직후다. 공직선거법에 '궐위로 인한 선거에 의한 대통령의 임기는 당선이 결정된 때부터 개시된다'고 명시돼 있다. 결국 당선이 결정된 때가 중요하다. 오는 9일 오후 8시 투표가 종료되고 개표작업이 시작되면 다음날 오전 6시 전후로 개표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선관위는 당선이 결정되는 순간을 언제로 볼 것인지 내부 논의를 거쳤다. 그 결과 오는 10일 오전 열리는 중앙선관위 전체회의때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으로 정했다.

이에따라 개표가 완료되면 선관위는 회의를 열고 당선 확정 의결을 한다. 당선 결정을 공표하면서 '의사봉'을 두드리는 순간,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게 된다. 선서도 아니고, 오전 0시도 아닌 '의사봉' 두드리는 시점에 대통령의 임기가 시작되는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면 곧바로 당선증을 전달한다. 18대 대선 때는 당선인측 선대위원장이 선관위로 찾아와 당선증을 대리 수령했다.

◇대통령 취임식은? =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 취임식은 2월25일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열렸다. 과거 대통령 당선인들은 취임식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비전 등을 대내외에 알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19대 대통령 취임식은 규모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대통령 궐위에 따른 보궐선거여서 당선일이 곧바로 취임일이 되기 때문이다. 아직 공식 확인된 방침은 없다. 취임식을 열지 여부도 결정되지 않았다. 취임식이 아예 안 열릴 가능성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경우 만일 당선된다면 국회에서 선서만 하고 일을 시작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행자부는 대통령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즉시 당선인과 접촉해 취임식 시기·장소·형태 등을 조율할 계획이다. 현재 △취임 선서만 먼저하고 하루 이틀 내에 취임식 여는 방안 △선서와 취임식을 당일 약식으로 하는 방안 △선서만 하는 방안 등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알려졌다.

준비된 후보? 준비하지 못하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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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4월13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 '생명 존중 안전사회를 위한 대국민 약속식'에 참석할 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쓴 글씨가 보이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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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4월 27일 오후 경북 경주역 앞에서 유세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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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 국민은 과연 얼마나 ‘준비된’ 대통령을 만날까. 1일 현재 당선 가능성이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등은 ‘5월10일’에 대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총리 후보자 내정만 해도 문 후보는 대선 직전 인선을 내놓겠다는 구상을 일단 거둬들였다. 안 후보는 독자적인 내각 구성조차 엄두를 못내고 있다. 1주일 뒤 대통령 취임인 것을 감안하면 ‘깜깜이’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이 취임날 성대한 취임식만 치른 게 아니다. 청와대로 들어서서는 각종 인사 결재, 주한 대사 연쇄 면담, 오찬·만찬에 회의가 이어졌다.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은 총리 후보자 인준 동의안에 사인하는 것으로 취임 후 첫 공식 결재를 했다. 올해는 인준동의안은 고사하고 총리 후보자 발표조차 쉽지 않다.

문 후보는 지난달 2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비영남으로 염두에 둔 분이 있다”며 “적어도 (선거) 마지막 단계에 가면 가시적 요소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1일 KBS 라디오에 출연 “현 시점에서 섀도캐비닛을 구성하거나 공표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의 일정이 살인적이어서 마치 선거 다 이겼다고 생각하고 인사 작업을 할 여유가 없다”고 밝혔다.

‘바쁜 일정’을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은 집권 이후를 말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잖다. “대통령 다된 줄 아느냐”는 역풍을 불러온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총리 구상을 밝힌 뒤 선대위 내부에 격론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발표 시기 하나조차 캠프 내 의견일치가 쉽지 않음을 드러낸다.

안 후보는 본인에게 복안이 있다 해도 ‘김종인 카드’를 승부수로 던지면서 자신의 인사 카드는 일단 서랍에 넣어두게 됐다.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기로 약속하고, 그 구성권을 상당부분 김 전 대표가 가진다는 결정 때문이다. 그러나 인사권이야말로 대통령 고유의 최고 권한이란 점에서 현실성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의 국정은 온갖 ‘결정’의 연속이다. 결정엔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후보는 선거만 준비할 뿐 대선 이후를 준비하지 않는다. 특히 대외 여건이 불안한 가운데 차기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과 면담을 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과거엔 취임식 행사에 참여하는 각국의 축하사절단이 존재했지만 이번에 취임식 자체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치권 인사는 “대통령 당선과 동시에 취임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며 “특수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선후보는 집권 플랜을 제시하고 유권자도 이를 ‘김칫국’이나 ‘샴페인’으로 여기는 대신 선거공약으로 인정하는 정치문화가 절실하다는 의미다.

구경민 김성휘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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