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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1 (토)

[fn사설] 트럼프식 '허세' 전략에 일희일비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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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폐기'는 선제카드.. 격한 반응은 수에 말리는 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끔찍하다'(Horrible)고 불렀다. "재협상 또는 폐기(Terminate)할 것"이란 말도 했다. 지난주(4월 27일) 언론과 인터뷰에서다. 재협상 이야기는 작년 미국 대선 때부터 나왔다. '폐기'까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향후 거친 통상압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미리 움츠러들 건 없다. '협상 달인'답게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 카드를 내밀었다. 지나친 반응은 되레 상대방 수에 말려드는 꼴이다. 우리도 협상 전략을 세워 차분히 풀어가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를 도마 위에 올린 시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월 29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취임 100일을 맞았다. 이날 그는 미국이 맺은 모든 무역협정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한·미 FTA 관련 보도는 그 이틀 전에 나왔다. 그에 앞서 트럼프는 최고 우방국 캐나다와도 치고 받았다. 4월 25일 트럼프는 미국 농부들을 만나 "캐나다가 우리 낙농업자들의 사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두고 보라"고 으름장을 놨다. 순서로 보면 캐나다를 치고 한국을 때린 뒤 행정명령에 서명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 행정명령 효과를 극대화했다.

그렇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 말이 다 실천에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국내 정책 중에선 건강보험 오바마케어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 오바마케어를 대체할 트럼프케어는 발도 떼지 못했다. 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도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렸다. 국경세도 없던 일이 됐다. 중국 등 대미 무역흑자국들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던 엄포도 엄포로 끝났다. 한껏 긴장을 불러일으킨 대북 정책도 냉온탕을 오간다. 한마디로 트럼프식 정책은 종잡을 수가 없다.

물론 한.미 FTA 재협상 또는 폐기 가능성에 대비는 해야 한다. 그러나 미리 주눅들 건 없다. 이미 우리는 미국산 제품 수입을 크게 늘렸다. 1.4분기 대미 무역흑자는 44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다. 미국산 액화석유가스(LPG), 유연탄 수입을 크게 늘린 결과다. 반면 지난해 대미 투자는 129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는 대중 투자가 44억달러로 쪼그라든 것과 대비된다. 이제 우리도 트럼프식 허세(블러핑) 전략에 익숙해질 때가 됐다. 자료를 바탕으로 차분히 대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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