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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살벌한’ 한강 ②] 물 위 ‘둥둥’ 떠다니는 동물 사체…누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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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위 동물사체 목격 사례 매년 잇따라

-종교 의식 대부분…끝낸 후 제물로 투기

-서울시 “CCTV 확대해 감시체계 강화할 것”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봄에서 초여름 쯤 한강에서 낚시를 하다보면 강물을 타고 과일, 양초 등이 떠내려옵니다. 소 머리, 돼지 머리 등 동물 사체가 보일 때도 허다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3년 째 루어낚시를 즐긴다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낚시 도중 종종 아찔한 경험을 한다. 낚싯대를 건져보면 가끔 물고기가 아닌 생각지도 못한 것이 따라와서다. 이 씨는 “소나 돼지 등의 절단된 동물 부위가 걸릴 때가 있다”며 “볼 때마다 사람 신체는 아닐까하는 생각에 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어 “누가 어떤 목적으로 동물 사체를 강물에 버리는지 의문이다”고 의아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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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종교인 A 씨가 용왕에게 제사를 지낸다며 동물 사체를 무단 투기한 한강 잠수교 북단 교각. [사진 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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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시에 따르면 한강에서 발견되는 동물 사체 대부분은 종교 의식의 희생양이다. 무속인 혹은 전직 종교인 등이 동물들로 제를 지낸 뒤 흘려보낸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동물 사체는) 단순 음식물 쓰레기일 때도 있으나, 대개 자신이 모시는 신을 위한 제물 용도일 때가 많다”며 “발견되는 부위도 (제사상에 올리는)머리 부분이 많은 편”이라고 했다.

실제 시 특별사법경찰단은 지난 1월 용왕에게 제사를 지낸다며 한강 잠수교 북단 교각 아래에서 동물 사체를 무단 투기한 종교인 A 씨를 붙잡았다. 특사경에 따르면 A 씨는 자신 딸의 건강을 위해 소 머리 1개, 제수용 암퇘지(33㎏) 1마리로 제를 지낸뒤 한강에 무단 투기했다.

작년 8월에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당시 전직 종교인 B 씨는 2015년 10월부터 약 10개월간 제물을 바친다며 모두 16차례 동물 사체 13.7t을 흘려보낸 혐의로 수갑을 찼다. 이러한 일은 매년 반복되는 중이다.

시에 따르면 공공수역인 한강에 동물 사체를 무단 투기하다 적발되면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재로는 넓은 한강 일대를 모두 감시하기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이에 “순찰 강화를 위해 한강 상류의 구리, 남양주 등 감시 사각지대 중심으로 폐쇄회로(CC)TV 설치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한편 수질오염 등에 대한 우려에는 “한강에 투기된 동물 사체가 한강 취수원수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동물 사체는 한강사업본부가 직접 수거한 뒤 전문업체가 나서 깔끔히 소각한다”고 설명했다.

강필영 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동물 사체를 한강에 투기하는 것은 한강을 종교적인 대상으로만 보는 편협적인 시각에 따른 행동”이라며 “명백한 위법행위로 끝까지 추적해서 잡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yu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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