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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책과 삶]나치 증언자 아닌 문학인 레비의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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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니면 언제?- 프리모 레비 지음·이현경 옮김 | 돌베개 | 539쪽 | 1만7000원

릴리트 - 프리모 레비 지음·한리나 옮김 | 돌베개 | 347쪽 | 1만3000원

경향신문

프리모 레비(1919~1987)는 현대 ‘증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2차대전 당시 나치즘에 저항하다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그는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문학이란 수단으로 자신의 경험과 사유를 증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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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레비와 홀로코스트 경험은 끈으로 묶인 듯 함께하지만, 레비는 어디까지나 문학인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는 레비 자신이 아우슈비츠에 대한 증언 성격을 지니지 않는 첫 소설이라고 밝힌 장편이다. 레비는 오래전 친구로부터 나치에게 끌려갔다가 고향 이탈리아로 돌아온 뒤 유격대원이 된 유대인들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은 비정규군으로 나치에 대항하거나, 러시아 혹은 폴란드 정규군에 들어가 싸웠다. 소설 속 유대인들은 나치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피해자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자신의 운명과 싸우는 사람들이다. 때론 나치 못지않은 잔혹함과 폭력성을 보이는 유대인도 있다. 민족은 단일한 성질의 덩어리가 아니라, 각기 다른 경험과 생각을 가진 개인의 집합임이 레비의 소설 속에서 드러난다.

<릴리트>는 국내 처음 번역되는 소설집이다. 36편의 짧은 소설들이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 ‘현재’라는 범주 아래 분류돼 있다. ‘가까운 과거’에는 아우슈비츠의 경험이, ‘가까운 미래’에는 아우슈비츠를 벗어난 듯한 판타지가, ‘현재’에는 둘 사이 혼용된 이야기가 담겼다. 레비는 유대신화에서부터 현대의 화학물질까지,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탐구한 이야기꾼임을 증명한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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