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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넌 기운 없으면 고기 먹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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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토요판] 권은중의 건강한 혼밥

(5) 샐러드, 주연 울리는 조연


한겨레

색채감이 강조된 샐러드는 식욕을 돋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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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쓸 병에 걸렸다. 병명은 유행성 이하선염. 일명 볼거리다. 맞다. 주로 어린이들이 걸리는 병이다. 드물게 어른도 걸리는데 내가 그 드문 경우가 됐다. 한번 걸리면 항체가 생겨 발병하지 않지만 면역이 떨어지면 다시 걸릴 수도 있다.

첫 증상은 지난 21일 감기처럼 찾아왔다. 맨 처음에는 목이 간질거리며 가래가 끓었다. 그날 밤부터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기관지에서는 쇳소리가 났고 목이 타들어가는 느낌이 들어 숨쉬는 거조차 힘들 지경이었다. 다음날 아침 서둘러 병원에 갔다. 기관지염 소견을 받았다. 진해거담제와 항생제 등 1회에 7알의 약을 3일간 먹으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러나 시작에 불과했다. 23일부터 턱밑이 호빵처럼 부풀어 올랐다. 맨 처음엔 턱밑이 개구리 울음주머니처럼 두툼해지더니 밤에는 마치 목도리도마뱀처럼 부풀어 올랐다. 이 병은 바이러스가 침샘에 침투하기 때문에 턱밑이 엄청 붓는다. 턱밑이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거울 속의 내 모습은 끔찍했다. 그런데도 치료약은 없다. 많이 자고 물을 많이 마시는 것 말고는.

하지만 다행이었다.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라도 입이 돌아가거나 대상포진처럼 끔찍한 병은 아니었으니까.

내 몸이 바이러스의 놀이터가 된 이유는 면역력 저하 탓이다. 주변 사람들은 내가 고기를 안 먹어서 그렇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놀린다. 그런데 내 생각은 반대다. 내가 아픈 건 채소를 안 먹어서다.

3월부터 야근과 모임이 잦아 집밥을 거의 먹지 못했다. 저녁을 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집밥과 외식의 차이는 고기 반찬이 아니라 채소와 과일이다. 외식으로 고기 따위는 얼마든 먹을 수 있다. 그나마 아침에 과일은 챙겨 먹었지만 신선한 채소를 챙기지 못한 게 실수였다. 얼마 전부터 고3 때처럼 변비가 생겼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후회스러웠다.

기운이 없으면 사람들은 고기를 찾지만 나는 푸른잎 채소를 찾는다. 남들이 보면 소처럼 먹는다고 할 만큼 많은 양을 먹어야 한다. 하지만 확진 판정 뒤 이틀까지는 볼이 너무 부어 입이 벌어지지 않아 딸기도 씹기 어려웠다. 죽만 먹다 부기가 빠지기 시작한 25일부터 셀러리, 브로콜리, 어린잎 채소 등으로 매 끼니 샐러드를 먹었다. 몇주 만에 푸짐하게 먹는 푸른잎 채소였다. 살 거 같았다.

샐러드는 얼마 전까지 메인 음식을 거드는 조연쯤으로 취급됐다. 그러나 요즘 같은 ‘과식의 시대’에 샐러드는 주연인 고기·생선만큼 비중있는 조연이 됐다. 칼로리는 낮고 영양은 충분한데 포만감까지 준다.

다만 물릴 수 있다는 게 함정이다. 씹는 맛을 살려주는 게 포인트다. 향과 식감이 좋은 셀러리·오이·양파를 적절히 섞어준다. 치즈, 아몬드, 구운 빵, 구운 채소 등으로 풍성함을 주는 것도 방법이다. 새우·고기·달걀·닭가슴살·고구마를 얹으면 한끼로도 충분하다.

샐러드는 시각적 요소도 중요하다. 제철 채소와 과일을 써서 빨강·노랑·초록 등 색감을 살린 샐러드 한 접시는 몸뿐 아니라 마음도 상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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