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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트럼프 ‘사드 10억불’ 발언, 방위비 협상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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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드 비용 부담보다는 방위비 증액 요구할듯" 전문가 분석

한미 FTA 손보겠다는 의지는 강해 "이를 계기로 철저 대비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로이터 인터뷰에서 고고도미사일(THAAD·사드) 체계 배치 비용 10억 달러를 한국 측이 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전문가들은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아 한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10억달러를 내야 하는가. 사드는 그들(한국)을 보호한다. 나도 그들을 보호하고 싶다.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이를 위해 비용을 지불(pay)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실제 사드 비용을 한국 측에 부담시키려기보다는 그가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역할과 비용을 분담하는 동맹관계’를 다시 강조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인터뷰 자체가 취임 100일이 주제였고, 선거운동 과정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100일동안 잘 성취가 됐는지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본인이 주창한 미국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맥락에서 미국이 보호하는 대가로 동맹도 비용을 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당장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받겠다는 뜻이 크다기보다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내다봤다.

한·미는 기존 협정의 만료를 앞두고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중에는 새로운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트럼프는 그간 동맹국들이 충분히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해왔다. 신 교수는 “차기 방위비 협상에서 미국이 어느 정도 선까지 원할 지를 잘 파악하고, ‘잘 주고 잘 받는’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무조건 안 주려 하기보다는 일정 부분을 주고, 미국의 전략자산 순환배치나 북한의 특정 위협 때 미국의 대응 조치 보장 등 미국의 안보공약을 우리 국익에 맞는 방향으로 약속받는 식으로 얻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취임 100일 동안 수차례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해왔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그 비용을 멕시코에 부담시키겠다는 계획도, NAFTA 폐지도 공언한 대로 되지 않았다. 사드와 관련된 발언 역시 한국 측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으로, 한·미 간에 긴밀한 협의 끝에 나온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신범철 교수는 “이를 미국이 북핵 문제에서 한국에 협력해주는 대신 내미는 청구서로 보는 것도 무리”라며 “미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미 본토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이지 한국만을 위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에 대해서는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FTA를 ‘끔찍한 협정’이라고 부르며 재협상이나 파기를 언급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의 통상 압력에 체계적인 대응 준비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열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미국이 한미 FTA를 손보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이는 시점이 문제이지 언젠가는 반드시 생길 일”이라며 “미국은 경상수지 적자를 계속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대해 재균형을 맞추겠다고 나서면 우리는 상당히 어렵게 수비를 하는 입장에서 협상에 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실제로 재협상에서 건드리는 이슈가 하나 뿐이더라도 그것이 소고기나 쌀이면 이는 나라가 뒤집히는 사안이 될 수 있다”며 “지금처럼 산업자원부에 통상이 붙어있는 체계로는 이런 공세에 대응하기 역부족이다. 트럼프의 이번 발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서 통상문제가 단순히 경제적 손익이 아니라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는 인식 하에 치밀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현실화할 가능성을 떠나 곧 출범할 한국 차기 정부에서의 한미동맹 분위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에 즉자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이런 것들이 곧 새로 시작될 한미관계의 분위기에 미칠 영향을 주목해야 한다. 일본, 중국에 비해 미국과의 정상회담도 한 발 늦은 상황에서 이런 이슈들이 또다른 문제로 이어지면 생각치 못한 부정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차기 지도자도 이런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섣불리 편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유지혜 기자 yoo.jee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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